산업 IT

[기자의 눈]주파수 줄테니 고맙게 생각하란 정부

양철민기자=바이오IT부




바이오IT부=양철민기자

“고맙다는 말도 할 줄 알았는데 안 하시네요.”


지난 19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8년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 공청회장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공무원이 이동통신 3사 임원에게 한 말이다. 해당 공무원은 “이번에 주파수 대역을 한꺼번에 할당해서 광대역 5G 전국망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많은 배려를 했다고 반드시 생각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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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통 3사 임원들이 잇따라 발언기회를 요청하며 “감사하단 말을 드렸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나시나 보다”라고 말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3조3,000억원에 달하는 주파수 최저 비용이 높다며 불만을 쏟아내던 이통사 임원들의 성토 분위기 또한 한층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통사 대비 ‘갑’이라는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낸 발언 같았다. 무엇보다 이통3사 임원들이 잇따라 고맙다고 말할 때는 ‘엎드려 절받기’를 보는 느낌이었다”며 쓴소리를 했다.

물론 과기정통부 입장에서는 5G 메인 주파수 할당폭(280MHz)이 2년전 LTE 주파수 경매 대비 2배 넓어졌지만 가격은 1조원도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련 불만이 불쾌했을 수 있다. 하지만 5G는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 모두가 우려하듯이 수익 모델이 제한적이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과 같은 5G 관련 서비스는 성장이 더디고 5G의 핵심서비스라는 자율주행차는 상용화 시점마저 불투명하다. 이통사들로서는 막대한 위험부담을 떠안고 수 조원에 달하는 5G 망 구축 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어 정부가 제시한 가격이 마뜩잖을 수밖에 없다.

특히 5G 관련 생태계 활성화는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상용화 시점을 내년 3월로 못 박았을 정도로 정부 역점사업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최대 5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추가적인 세수 확보는 덤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평가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5G는 되레 정부가 이통3사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각종 정책에 따른 최고 수혜자는 소비자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누군가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다면 그 대상은 당연히 국민이어야 할 것이다. /chopin@sedaily.com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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