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철학을 한마디로 하면 다양성입니다. 5년 후에도 넥슨이라고 하면 다양성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로 남고 싶습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25일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열린 넥슨 신임 경영진 기자간담회에서 “남과 다른 창의적인 의문을 품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넥슨의 DNA”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 1월 신임 대표로 선임된 뒤 처음으로 자신의 경영계획을 밝혔다. 정상원 개발담당 부사장과 강대현 인텔리전스랩스장(부사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넥슨은 9년간 지켜온 게임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지난해 넷마블에 넘겨줬다. 전사적 역량을 주력 타이틀 하나에 쏟아부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게임업계의 흐름에 비춰 다양성을 고수하는 넥슨의 기조가 다소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대표를 비롯한 넥슨 경영진은 ‘다양성의 공존’이라는 창사 이래 견지해온 DNA를 굳건히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상원 넥슨 개발 부사장은 “(넥슨이) 최근 게임환경의 변화 속에 모바일 시장을 빠르게 따라가지 못한 점은 사실이지만 특정 게임 타이틀에 ‘올인’하는 경쟁사의 방향성에 대한 의문은 있다”며 “넥슨은 다양성의 공존을 중시하는 지금까지의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넥슨은 최근 사내 개발조직을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 다양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넥슨 개발 조직은 데브캣 스튜디오·왓 스튜디오·원 스튜디오 등 3개의 사내 개발조직과 띵소프트·넥슨지티·넥슨레드·불리언게임즈 등 4개의 개발 자회사 등 총 7개로 운영된다. 조직 개편과 관련해 이 대표는 “대표 선임 후 그간 넥슨의 발자취를 돌아봤고, 그 고민의 결과를 조직개편에 반영했다”며 “초기의 나쁜 평가로 개발이 중단되는 게임들을 줄여 다양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대형 지식재산권(IP) 확보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꼽았다. 그는 “위대한 IP를 탄생시키는 게 임기 내 중요한 과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던전앤파이터’나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기존 인기 IP를 살리고 해외 IP 투자와 더불어 새로운 IP를 개발하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출시한 ‘듀랑고’를 예로 들며 라이브서비스를 통한 글로벌 진출 확대도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는 “세계 시장에서 유수 게임사들과 비교해 넥슨의 강점은 20년 이상 라이브서비스를 해왔다는 점”이라며 “매출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즐기고 있는 이용자들이 상당히 많은 듀랑고와 같은 게임의 글로벌 출시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예고했다. 넥슨은 최근 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수신학원 아르피엘’을 개발한 엔진스튜디오의 지분 전량을 인수한데 이어 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스탬프 인수를 추진하는 등 게임은 물론 다방면에 걸친 M&A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적극적이다. 이 대표는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기 위해 여러 기업을 두루 만나고 있다”며 “대규모 투자도 검토하고 있으며 스타트업도 구성원의 철학이 신선하다면 투자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판교=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