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그린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25일 “비핵화를 대가로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려 하는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지난 1991년 체결한 남북 기본합의서에 이미 평화 메커니즘에 대한 내용이 명시돼 있어 별도의 평화협정을 맺을 필요가 없는데다 체결 과정에서 대북제재를 완화하라는 중국·러시아의 압박만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그린 부소장은 이날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플래넘 2018’에 참석해 “검증이 불가능하고 쉽게 되돌릴 수 있는 비핵화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것은 큰 실수”라며 “내가 백악관 보좌진이라면 이 시점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말라고 조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 부소장은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해서 또다시 그들이 원하는 거래를 해줄 필요는 없다”며 “평화협정을 계기로 중국의 대북제재만 느슨해질 것이고 북핵 위협 자체를 없앨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북한은 똑같이 핵 능력을 갖고 있는데도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는 최악의 상황만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다른 한반도 전문가들도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비핵화 등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인 데 비해 기대감은 지나치게 커져 있다는 점에서다. 폴 울포위츠 전 미 국방부 부장관은 “북한이 상대를 속이려 할 때면 항상 협상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와 시간을 벌었다”면서 “북한과의 회담 결과가 불만족스러울수록 제재를 강화하고 중국에 대해서도 (제재)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또한 “북한으로부터 핵 모라토리엄만 받아내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막는 것만 해도 큰 성과일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의 디테일 측면에서 핵무기뿐 아니라 미사일 생산시설에 대한 사찰과 검증도 필요하고 세부협상의 완료시한을 받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