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역사의 문' 앞에선 한반도]취임 첫날 핵 위협 받은 文, 뚝심으로 1년만에 남북대화 이끌어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낸해 5월 10일 취임식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낸해 5월 10일 취임식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27일의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을 약 1년 앞둔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각각 임기 중·후반인 2000년과 2007년에 남북정상회담을 했던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임기 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다는 점이 한층 부각되는 것이다. 이번에 남북이 비핵화 , 남북관계발전, 한반도 평화정착 등에 대해 제대로 합의만 한다면 문 대통령의 남은 4년 재임기간중 힘 있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북측은 문 대통령이 취임했던 지난해 5월 10일 “결심만 하면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으름장부터 놓았다. 나흘 뒤에는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발사하며 군사적 긴장도를 고조시키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북측은 6차례나 더 탄도탄 시험발사를 강행했다. 심지어 9월 3일에는 6차 핵실험을 단행하기에 이른다. 이 같은 일련의 군사도발과 핵실험을 바탕으로 북한은 핵무력완성까지 선언했다. 이 와중에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예방적, 혹은 선제적 타격론이 불거지는 등 북미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은 뚝심 있게 외교적 해법을 추구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연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이후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대북 제재와 압박을 최대 강도로 높이되 대화정책을 병행함으로써 북측에 출구를 열어뒀다. 문 대통령이 취임후 특히 역사적 기점을 만든 순간은 지난해 7월의 독일 순방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할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는 골자로 일명 ‘베를린 구상’을 내놓았다.

관련기사



외교적 노력의 결실은 지난해 연말부터 조금씩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우선 북측의 미사일 도발이 지난해 11월 29일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올해초에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날인 1월 2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남북당국간 고위급 회담을 제의했고, 7일뒤 회담이 열려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대표단을 보내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를 계기로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즈음에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했다. 대표단의 일원인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 1부부장은 2월 10일 문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평양초청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해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화답하면서 한층 남북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청와대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 1부부장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청와대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 1부부장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지난 3월 특사로 방북시켰다. 특사단은 방북해 4월말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이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방문해 방북성과를 설명했고 이것이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협조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시작된 대북 관계를 취임 1년을 넘기기도 전에 대화 무드로 전환시킨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은 그야 말로 대반전의 드라마였다. 다만 이제 비핵화로 가는 길의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진정한 진검승부는 27일부터 시작된다.

민병권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