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서경 금융전략포럼] "보신주의가 금융혁신 더디게 해"

■ 유광열 금감원장 대행 축사

유광열 금감원장 대행 수석부원장이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제14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권욱기자유광열 금감원장 대행 수석부원장이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제14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권욱기자



유광열 금융감독원장 대행 수석부원장이 국내 금융회사 특유의 보신주의가 혁신적인 핀테크 기업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유 대행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핀테크 업계가 투자 부족과 높은 진입장벽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꽃피우기 어렵다”면서 “안타깝게도 금융권 특유의 보수적인 특성으로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의 안착이 더욱 저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 등 금융사와 신생 핀테크 업체가 협력보다는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게 유 대행의 생각이다. 그는 “금융권이 이제라도 핀테크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이기보다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6년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PwC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 중 핀테크 기업과 제휴했다고 답한 경우는 14%에 불과했다. 독일(70%), 싱가포르(62%) 같은 국가들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유 대행이 현 상황을 ‘쟁탈전’에 빗댄 것은 은행 등 금융사가 핀테크 업체의 성장을 돕기는커녕 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국내 업체는 간편송금 및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유일하다.

관련기사



실제 핀테크 업체들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의 보수적인 태도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한다. 소액해외송금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소액해외송금 업체는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자금을 국내 은행이 받아들이지 않는 탓에 사업상 제약이 큰 상황이다. 오히려 은행은 송금수수료를 낮추는 식으로 규모도 작은 해외송금 시장 내 경쟁을 과열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유 대행은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 간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은 상호협력에 기초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미래의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유 대행은 “금감원은 핀테크 업체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혁신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와 감독 관행을 적극 개선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혁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행은 “기술의 진보는 업계와 금융소비자 모두에게 전에 없는 기회를 가져오겠지만 동시에 정보유출이나 보안위험 등 새로운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등 자율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는 엄중 조치해 책임의식을 확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