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 OCI(010060) 사장이 상속세 납부를 이유로 보유 지분을 일부 정리하면서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대주주가 이 사장의 삼촌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으로 바뀌면서 지배력 약화와 함께 경영권 분쟁 가능성까지 언급됐지만 SK(034730)그룹이 우군으로 등장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는 일축됐다. 재계에서는 SK그룹과 OCI그룹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OCI는 26일 공시를 통해 이 사장이 시간외 매매를 통해 25만7,466주(지분 1.1%)를 매각해 최대주주가 이우현 외 36인에서 이화영 외 37인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기존 2대 주주였던 이화영 유니드 회장(5.43%)이 최대주주로, 3대 주주이던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5.4%)이 2대 주주로 각각 올라섰다. 이 사장은 두 숙부에 이어 3대 주주로 자리했다. 이 사장과 함께 어머니인 김경자 송암문화재단이사장과 여동생인 이지현 OCI미술관장 역시 각각 29만655주(1.2%)와 33만392주(1.4%)를 처분했다. 이 사장 일가가 처분한 주식은 총 1,300억원 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장이 최대주주를 포기하면서까지 지분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난해 작고한 부친 고 이수영 회장의 지분 상속에 따라 부과된 1,000억원 대의 상속세 납부 때문이었다. 이 사장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4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활용해 부과된 상속세의 절반 가량을 내고 나머지는 분납 등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OCI 관계자는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부담해야 할 이자도 만만치 않아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를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의 지분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재계에서는 이 사장의 지배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OCI그룹은 이회림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장남인 고 이수영 회장과 차남인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 삼남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경영 간섭 없이 독립경영 체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 사장이 일부 지분을 처분한 만큼 최대주주로서의 역할론을 들고 나올 경우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이 사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SK그룹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실트론은 전날 이 사장 일가가 매각한 주식 87만8,000여주 가운데 절반 가까운 47만6,987주(2.0%)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대외적으로 SK실트론은 OCI와의 사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SK실트론은 반도체용 웨이퍼를 만드는 SK그룹 계열사이며 OCI는 여기에 필요한 고순도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다. 두 회사 사이에 2026년까지 1억6,800만달러 규모의 장기공급 계약도 맺어져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SK실트론의 지분 취득이 사업적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 이상으로 우호 지분으로서 ‘백기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우현 OCI 사장은 이미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매각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바 있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의 OCI 지분 취득은 이 사장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며 “사업 측면에서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 우호 지분으로 남겨둠으로써 지배력 감소를 막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