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與"재벌권력 견제" VS 野"투기자본에 유출"...정쟁도구 된 상법개정안

與 "제2 대한항공 사태 막아야" 상법개정 카드 다시 꺼내들어

野 "다중대표소송 기존합의 뒤집나" 강력반발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 속 기업 옥죄는 법안 논의에 우려 목소리

상법개정안이 여당과 야당의 정쟁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미국 보호무역주의와 이에 맞선 중국의 역공 등으로 글로벌 무역환경이 악화되는 현실에서 정작 국회가 기업 경영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여당은 ‘재벌개혁’ 프레임을 걸었고 야당은 ‘경영권 안정’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살리면서도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경영권을 방어하는 장치를 마련해두는 운용의 묘가 절실한 시점이다.

여권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사건을 계기로 해묵은 상법개정안 카드를 다시 꺼내 들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법무부가 기존의 여야 합의를 뒤집는 검토안을 내놓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기업을 겨냥한 외국 투기자본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기업 경영을 옥죄는 법안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본격화되며 재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정부 입장을 담은 상법개정안 검토의견 보고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사전 당정협의를 통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의견교환 과정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다중대표소송의 경우 모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0.1%(비상장사는 1%) 이상 주식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이 골자다. 소수 주주의 권익을 강화하고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하겠다는 논리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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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했던 여당도 상법개정안 논의에 적극 동참하는 모양새다. 여권은 최근 불거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사태를 재벌개혁과 연결지어 상법개정안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번 사태는 재벌 총수 일가의 단순한 일탈을 넘어 견제와 감시가 전무한 재벌 권력이 기업 외부의 법과 제도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2의 대한항공 사태를 막는 것은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감사위원 분리 선출, 모회사 소액주주의 경영부실에 대한 손해배상이 가능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도입 등 상법 개정부터 조속히 이뤄내야 한다”며 “아울러 순환출자 해소, 일감 몰아주기 제한, 지배력 확대 세습 방지 등 관련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은 법무부 검토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법사위 소속 윤상직 한국당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의 경우 지난해 여야 간 합의가 있었는데 돌연 법무부가 다중대표소송제 자회사 지분 100% 부분을 50%로 뒤집는 안을 들고왔다”면서 “여야 간 합의 내용을 갑자기 정부가 뒤집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법무부 검토안은 우리 경제와 산업·기업을 투기자본에 갖다 바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들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정갑윤 한국당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투기자본의 경영권 흔들기, 배당 빼먹기 등 온갖 공략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 법무부가 저렇게 나오면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 보호가 어려워지고, 결국 경영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 관련 법안도 발의해놓았고 병합 심의를 해야 하는 만큼 여당 법안이 쉽게 통과될 수는 없다. 관련 법안의 추가 발의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사위의 상황도 국회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 법사위의 한 관계자는 “법사위 자체가 워낙 쟁점이 많고 일정에 쫓기다 보니 비쟁점법안을 처리하는 데도 바쁘다”며 “공수처 등 민감한 문제도 있다 보니 여당도 성급히 상법개정안 문제로 야당을 자극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지난해 11월 국회 본청 법제사법위원장실에서 간사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용주 민주평화당, 김진태  자유한국당 간사, 권성동 법사위원장,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간사.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지난해 11월 국회 본청 법제사법위원장실에서 간사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용주 민주평화당, 김진태 자유한국당 간사, 권성동 법사위원장,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간사.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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