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금리상승에 4일 연속 2조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투자가들이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외국인의 매물에 몸살을 앓았던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셀트리온(068270) 등이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3% 초반에서 안정세를 찾은 데다 삼성전자가 2조원이 넘는 배당금 지급에 나서면서 투자심리도 다소 풀리는 분위기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됐다. 납북 경협주들의 급등세가 진정된 가운데 실질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 남북 정상회담 관련주도 옥석 가리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1% 오른 2,475.64에 장을 마감했다. 앞서 미국의 시장금리 급등으로 인해 4거래일간 이어진 하락세가 꺾인 것이다. 이 기간 2조원 가까이 팔아치웠던 외국인도 이날은 1,700억원 규모로 사들이는 등 매도세가 진정된 모습이다. 이는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과 환율 등에 대한 우려가 잦아든 대신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에 따른 외국인 이탈,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실적 악화 등 외국인 매도세에 관해 여러 이유가 거론되고 있지만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1·4분기 어닝 시즌과 남북 정상회담 등을 거치고 나면 외국인의 손바뀜이 이뤄진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날 시장은 대장주들의 상승세가 거셌다.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3.45%나 오른 260만7,000원에 거래됐다. 외국인·기관투자가들이 삼성전자를 매도했지만 배당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1·4분기 분기 배당금으로 주당 1만7,700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배당금 총액은 약 2조4,046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배당금(5조8,000억원)의 40%가 넘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주주환원을 위해 앞으로 3년간 총 9조6,000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혀 주주들의 기대가 높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이 지난해 14%에서 오는 2020년 35%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이날 총 1,8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전일 대비 4.98%나 오른 8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라젠(215600)이 4%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가 2%대 상승률을 나타내는 등 바이오 업종도 전반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