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증시도 들썩였다. 예상보다는 차분한 가운데 주요 이벤트 등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500을 넘어서며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평화의집에 도착한 오전9시17분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31% 뛰어오른 2,508.13포인트를 기록하며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코스피가 장중 2,500선을 넘은 것은 지난 3월22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반갑게 악수를 나눈 9시29분에도 다시 1.24%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다시 차분하게 2,480~2,490선에 머물다 전일보다 0.68% 오른 2,492.4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도 0.81% 오른 886.49를 기록했다.
지수 움직임은 차분했지만 업종·종목별로는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오후 남북 모두 고속철을 이용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되자 철도주가 일제히 수직으로 치솟았다. 대호에이엘(069460)과 에코마이스터는 장중 한때 24.2%, 15.66%씩 급등했고 현대로템(064350)도 14.97% 뛰어올랐다.
투자심리는 남북 정상회담에 떠나던 길을 되돌린 외국인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었다. 20~25일 4거래일간 2조원 가까이 팔아치웠던 외국인투자가들은 26일 1,721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이어 이날도 1,458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들도 2,566억원 규모로 순매수하면서 열기를 보였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각각 1.65%, 0.69%씩 올랐고 현대자동차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셀트리온은 유럽 경쟁 제약사 로슈의 실적악화가 호재로 받아들여지며 7.59%나 올랐다.
시장이 남북 정상회담에 차분하게 반응한 것은 미국 금리 흐름이 안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98%대로 다시 물러났다. 덕분에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모두 1%씩 상승 마감했다. 이 밖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증시에 안정성을 더해줬다.
다만 앞으로 미국 금리와 유가 등 거시경제 변수가 어떻게 움직일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앞으로의 투자심리가 양호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유가와 미국 금리의 움직임, 이란 핵 협상 문제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 핵 협상’과 관련해 합의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다소 풀어진 분위기다.
앞으로 증시의 방향성은 경협 안건이 배제된 남북 정상회담보다는 오는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나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는 시점은 북미 정상회담”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와 북한의 관계 개선 가능성이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종전 선언, 평화체제 확립을 위해서는 정전협정에 함께 서명한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 전망이 구체화되면 그동안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아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독일의 경우 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전까지 1,400~1,600대를 맴돌았던 DAX지수가 이후 4년간 2,200선까지 상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