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1m도 안 되는 38선을 넘어오는 순간 목이 ‘콱’하고 메였습니다. 가슴이 찡하고 모골이 송연한 것은 저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70·사진)은 27일 서울경제신문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 만남을 지켜본 감격을 전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여유가 있는 반면 김정은 위원장이 생각보다 굉장히 표정이 활발하고 밝아서 뭔가 잘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며 “이번 만남으로 모든 일이 술술 다 풀리지는 않겠지만 막힘이 있을 때마다 두 분께서 더디더라도 잘 해결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의 스스럼 없고 밝고 활발한 태도가 우리에게 선사한 것은 무엇보다도 안도와 안심인 것 같다”며 “그냥 보는 순간 모든 게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시인은 “지금 앞산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제 부는 바람과 오늘 부는 바람이 다른 것을 느낀다”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이 찬란해 보이고 ‘이제 달라졌구나’라는 느낌이었다”고도 말했다.
김 시인은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해서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소감을 밝힌다면서 “그동안 국민들이 정치인보다 더욱 나라 걱정을 했는데 현 정권이 들어선 후 걱정거리가 사라진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남북 정상회담은 국민에게 더 큰 걱정거리를 사라지게 한 것이자 어두운 장막을 걷어낸 것”이라며 “함부로 할 수 없는 인격을 가진, 그리고 좋은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 권력을 갖게 된 것이 저희에게는 굉장히 안심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남북의 평화 분위기 조성으로 월북작가들에 대한 재평가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과 관련해서도 김 시인은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면서 “보다 열린 마음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그동안의 선입견을 버리고 국민이 한마음이 돼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섬진강’ ‘사람들은 왜 모를까’ 등 절제된 언어로 시적 아름다움을 형상화한 작품을 통해 김소월과 백석을 잇는 시인으로 평가받는 김 시인은 지난 1986년 김수영문학상, 1997년 소월시문학상, 2012년에는 윤동주문학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