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남북미중 4자회담서 평화협정 로드맵 마련…주한미군 성격 변경될 수도

■연내 종전선언 추진

북미회담서 최종협의…이해관계 다른 中 태도가 주요 변수

평화체제 이유 한미훈련 축소·전략자산 감축은 경계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올해 종전 선언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를 논의하기 위한 양자 및 다자회담들의 후속 개최가 최대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당면한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키는 데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남북미의 3자, 혹은 남북미중의 4자 정상회담을 열기 위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긴밀히 공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북미 정상회담에는 비교적 청신호가 켜졌다. 남북 정상은 27일 회담에서 핵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하고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공동선언문에 담았다. 물론 두 정상의 이번 판문점 선언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를 북한에 요구하는 미국의 눈높이를 완전히 충족시키는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최소한 비핵화 합의와 이행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체적인 핵 및 탄도미사일 동결·폐기 로드맵은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빅딜 카드로 쓰기 위해 아껴놓았을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 대목이 그런 차원에서 주목된다. 이것이 불가역적인 비핵화 의지를 에둘러 내비친 발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그간 수차례 비핵화 의지를 다양한 채널로 밝혀왔고 최근에는 사실상의 핵동결(핵 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등)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것이 위장평화 공세라는 의심 어린 시선은 여전히 미국 내에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 김 위원장이 평화와 비핵화를 빌미로 삼아 사실상 남한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과 동맹관계를 흔들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평화체제 구축을 내세워 한미 합동훈련 축소나 한반도 주변에 배치된 미군 전략자산 감축 및 철수를 요구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거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전문가 중 일부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이행한다면 그 대가로 전략자산 감축 등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러나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을 고수하는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수용 여부가 불투명한 요구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보다 진전된 메시지를 던질 필요도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반신반의하는 미국 정부와 의회·국민들에게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예컨대 비핵화 이행을 검증할 핵사찰 방안과 관련해 조금 더 상세한 구상을 내놓는 식의 제스처가 나온다면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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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한다면 3자 및 4자 정상회담 등을 통해 기존의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최종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여기서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한미와 견해를 함께하지만 전제조건이나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이해관계를 달리할 여지가 있다. 예컨대 주한미군의 역할 등을 놓고 까다로운 조건을 붙이는 방법으로 협상 테이블을 흔들 우려가 있어 섬세한 접근이 요구된다. 따라서 가급적 남북 및 남북미 중심으로 평화정착의 큰 얼개에 대해 먼저 담판을 짓고 이후 주변국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협상의 판을 주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한편 북한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군축 합의’라는 성과를 이뤄낸 데 대해서는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빌미로 김 위원장이 북한의 핵탄도미사일에 대응해 남한이 구축 중인 이른바 3축 체제 추진에 딴지를 거는 등 한국군의 첨단화·강군화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합의와 관계없이 기존의 군 현대화, 첨단화, 정예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북한이 군사력으로는 더 이상 경쟁할 수 없음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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