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선언에서 비핵화를 명문화했지만 실행방안은 빠져 있다. 사찰과 검증, 그리고 경제적 보상 등을 놓고 앞으로 남북은 물론 관련국들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4·27정상회담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을 이끌어낸 가운데 북미대화 또한 탄력을 받게 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실무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돼왔다. 이어 오는 5월 말 또는 6월 초 개최될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보다 구체화하는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북미 양국이 의지를 갖고 준비하고 있는 만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과 이를 통한 항구적 평화 정착에 큰 걸음을 떼는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 목표를 위해 우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선언적으로 합의된 내용에 대한 후속조치들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비핵화와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이행방안들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원칙에 합의하기는 했지만 핵 사찰과 검증 과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처리 방안 등과 관련된 내용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비핵화 협상의 구체적인 시한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된 2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하며 미국에 “마땅한 성의로 호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대북제재 해제를 겨냥한 대미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기회를 놓치지 말고 마땅한 성의로 호응하여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20일 당 중앙위 제7기 3차 전원회의 결정을 언급하며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 강국, 군사 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인류의 공통된 염원과 지향에 부합되게 핵무기 없는 세계 건설에 이바지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나갈 것임을 엄숙히 천명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도 대북제재 압박을 공고히 하겠다는 데 대한 불만 또한 드러냈다. 통신은 “미국의 일부 불순세력들이 우리의 전략적 결단에 피해망상적으로 반응하면서 ‘제재압박’이니 뭐니 하는 망언을 계속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의 진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데서 오는 잠꼬대”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무례하게 놀아대기 전에 우리의 중대조치에 담긴 깊은 뜻을 바로 알고 나라의 운명과 전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조선(북한)이 획기적인 사변적 조치를 취한 것만큼 응당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정세발전을 위해 마땅한 성의를 보이는 것으로 호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 대내외 매체들은 이날 오전 일제히 회담 사실을 보도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으로 인한 성과임을 강조했다. 최고지도자의 신변 안전을 위해 동선을 사전 보도하지 않는 북한 매체들이 예고 보도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 협상으로 체제 번영을 이뤄내려는 의도를 재확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