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머니+] 성장통이냐 거품붕괴냐...바이오株 투자 고민되네

'1조클럽' 23개로 10년새 6배

코스닥 시총10위중 8개 차지

"기대 앞선 비정상적 고평가"

R&D비용 등 회계 논란 속

"거품론 지나치다" 반론도

4차 산업혁명에서 빠질 수 없는 분야가 바이오 테크놀로지(BT)다. 그러나 바이오업종은 투자는 투기성이 강하게 나타나며 ‘머니게임’을 변질돼 거품론이 일고 있다. 신약, 신약 물질 개발 같은 전통적인 바이오 분야에서 IT와 결합한 헬스케어까지 성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보유 기술을 평가해 기업의 가치로 환산하고, 이를 지표 삼아 투자자의 돈을 끌어 모아 자금을 조달하는 투자의 영역이라면 바이오의 성장성에 대해 보다 엄격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반론 역시 크다. 증권가에서는 제약·바이오주가 성장통을 겪고 있는지, 과대평가에 휘청대고 있는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은 종목들을 보면 제약·바이오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말 KRX헬스케어 종목 중 1조 클럽 멤버가 23개로 10년 전 4개의 거의 6배다. 특히 최근 1년 동안 10개나 증가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도 제약·바이오가 전진 배치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시가총액 4위와 5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시총 10위 중 8개가 바이오 기업이다.




주가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스피 의약품 업종 지수는 올해 초 대비 현재(26일) 11.7% 올라 같은 기간 0.33% 오른 종합주가지수의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코스닥 제약 업종 지수는 같은 기간 25.4% 상승해 코스닥 전체 상승률(10.14%)의 2배가 넘는 수익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바이오 주가 과열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가장 큰 걱정은 거품이 갑작스럽게 빠지는 ‘버블 붕괴’다. 최근 바이오 시장이 ‘머니 게임’으로 변질됐다는 리포트를 내 큰 파장을 일으켰던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질적으로 파이프라인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평가가 된 업 체들도 있지만, 많은 업체들이 체력보다 기대가 현저히 앞선 비정상적인 고평가를 받고 있다”며 “최근 중소형 바이오업체들은 전임상단계의 물질만 확보했다는 뉴스만 나와도 급등한다”고 꼬집었다. 바이오와 전혀 상관없는 업체들이 바이오 사업을 추가하고 인력을 확보해도 주가가 고공행진 한다는 것이 한 연구원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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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주의 회계문제도 간단치 않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2일 연구개발(R&D)비 회계처리 과정에서 회계 위반 소지가 있는 제약·바이오 10개 기업을 추려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본격 테마감리에 착수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면서 그간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해온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금감원은 앞으로 방향을 잡고 일반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추가로 감리 대상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힘든 상황인데도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분류하면 해당 사업 연도 영업이익이 그만큼 늘어난 것처럼 보여 기업 가치를 왜곡할 수 있다는 데서 강한 문제 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회계문제가 바이오주의 발목을 잡긴 하지만 오히려 불확실성과 옥석가리기를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제약·바이오기업의 회계 논란에 따른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투자자 피해 등 사회적인 파장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 급락 이후 거품론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진흥국·정은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바이오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이유는 기업규모가 너무 커져서 주당순이익 증가율 등 성장성 지표가 둔화됐기 때문”이라며 “이들도 초기엔 한국처럼 PER이 매우 높았다”고 주장했다. 셀젠, 바이오젠, 암젠, 길리어드사이언스 등 미국 주요 바이오주는 한때 PER이 최대 360배에 달했으나 지금은 10~15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어 “예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 승인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움직였지만 지금은 글로벌 임상은 들어가야 비로소 오른다”며 “일부 수출계약까지 간 사례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바이오주의 기초체력은 과거보다 훨씬 튼튼해졌다”고 반박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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