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방문한 영락없는 시골 마을인 파주 문산읍. 고요할 법한 이 동네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호재를 찾아다니는 투자자들이 땅을 사겠다며 이곳으로 몰려들고, 땅 주인들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1달 새 호가를 20~30%씩 올리는 게 추세가 돼버릴 정도다. 현지 중개사들은 하나 같이 동네 분위기가 엉망진창이 됐다고 말한다.
문산읍의 통일로공인중개의 윤시천씨는 “남북정상회담 발표를 기점으로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면서 “일반 논을 기준으로 3.3㎡ 당 12만~13만원 하던 것도 최근 15만~16만원을 부른다”고 전했다. 그는 “도로가 인근에 있는 땅은 3.3㎡ 당 40만원 하던 것이 이제는 50만원을 부른다”며 “주변에서 땅 추천을 해달라는 말이 많지만 매물이 없다는 말만 반복해 입이 아플 정도”라고 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오늘 모 중소건설사 회장 지시로 직원들이 현금 10억원 들고 와 토지 매물을 찾는 모습도 봤다”고 했다.
특히 주말이 되면 이 지역은 더 어수선해진다고 한다. 주말에만 출입이 가능한 민통선 안에는 땅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이때를 노린 중개업소는 특수를 누린다는 것이다. 한 중개사는 “주말에 관광버스를 타고 들어간 사람들이 다들 부동산 앞에 줄 서있다”면서 “강 건넌 땅(민간인통제선을 넘어간 곳)은 호가가 2배 이상 올랐는데 매물도 없고 찾는 사람은 많고 한 마디로 난리다”고 했다.
땅값이 들썩이자 일대 주택 가격도 올리는 모습이다. 윤씨는 “운천마을(문산읍 운천리)에 면적 99㎡의 주택이 2억2,000만~2억3,000만만원에서 정상회담 발표 후 3억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자격 컨설팅도 활개를 치는 양상이다.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며 매수자들을 현혹하고 매매를 부추기는 것이다.
다만 현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이런 일들은 종종 있어 왔고 그때마다 땅값은 요동쳤지만 곧 ‘거품’은 꺼졌다는 설명이다. 문정읍에서 50년 이상 거주한 김종헌씨는 “정주영 회장이 소 떼를 몰고 방북하던 때나 사람들이 들썩이는 분위기에 휩쓸렸다”면서 “과거에도 피해를 많이 본 사람이 있어서 원주민들은 쉽게 분위기에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지금 정상회담으로 들떠있는 분위기에서는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세가 조정될 것”이라고 했다.
/파주=이재명·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