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은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으로, 전작들과 달리 알렉사 SXT 카메라로 촬영된 디지털 영화다. 지난 24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창동 감독은 “필름만이 주는 질감을 선호해서 필름으로 영화를 찍어왔다”면서도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디지털이 영화의 즉흥성에 더 잘 조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명이 없어도 육안에 가깝게 화면이 나온다”고 만족을 드러냈다.
이창동 감독은 기존 필름으로 찍을 때보다 알렉사 SXT 카메라로 촬영하면 인공 조명이 덜 필요해서 현장에서 회차를 줄이고 촬영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선 조명 세팅에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창독 감독은 제작보고회 당시 “우리 영화는 새벽과 해질녘에 찍은 것이 절반 정도 된다”고 밝혔다. 영화인들은 이 시간대를 매직 아워(Magic Hour), 즉 마법의 시간이라고 부르곤 한다. 이 시간대의 빠르게 변하는 부드러운 빛을 담는 데 디지털 카메라가 유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요즘 영화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레드원 카메라는 해상도가 필름 급으로 뛰어나고, 후반작업 시 디지타이징(편집을 위해 필름을 비디오로 전환시켜주는 작업)이 필요 없는 장점이 있다.
<버닝>은 오는 5월 16일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다. 국내 개봉은 다음날인 17일이다. 지난 제작보고회에서도 줄거리와 테마 등이 거의 공개되지 않아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는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라고 알려졌다.
스티브 연은 미국 인기 드라마 <워킹 데드> 시리즈의 글렌,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옥자>에 케이로 출연했다.
그가 <버닝>에서 연기한 벤은 멋진 차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고급빌라 등 누가 봐도 완벽한 삶을 사는 것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함과 지적이면서도 세련된 면을 두루 갖추고 있는 남자다.
유아인은 24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내 주제에 누굴 선택하겠냐”면서 “감독님이 불러주시기만을 기다렸다. 시나리오가 소설책을 읽는 것 같이 상황과 감정이 디테일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주인공 역의 전종서는 이번 영화가 데뷔작인 신예다.
이창동 감독은 그간의 작품에서 ‘범죄’를 열쇳말로 해서 국가 폭력에 스러지는 이름없는 개인들의 아픔을 섬세하게 그려왔다. 영화의 원작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로 알려졌으나 원작과는 다른 이창동 감독 나름의 개성있는 해석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경스타 최주리 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