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시(詩)에게로 왔다’
종이책과 문학이 외면받는 시대에 오히려 디지털과 만난 시가 ‘킬러 콘텐츠’로 등극했다.
29일 미디어창비는 국내 최초로 시를 소개하는 어플리케이션 ‘시요일’이 론칭 1년 만에 이용자 21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시요일’은 지난해 4월 선보인 이후 6개월 만에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급속도로 성장세를 보였으며, 인기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강다니엘이 SNS에서 이 앱을 언급하면서 더욱 파급력이 커졌고 단숨에 20만 명을 돌파했다.
문학 장르 중 가장 입지가 위축되던 시의 이 같은 ‘부활’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단문이 각광받는 디지털시대와 1030 젊은 세대의 단문 콘텐츠에 대한 호감과 문학에 대한 갈증이 종합적으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박신규 미디어창비 출판본부장은 “순식간에 소비되고 흘러가는 SNS 콘텐츠에 가장 최적화된 예술이 시”라고 전했다. 박 본부장은 이어 “위축되어가는 장르인 시를 최소한 하루에 한편이라도 읽게 해 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독자 대중이 더 많아져 시 콘텐츠를 손쉽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스마트기기를 통한 감각적인 콘텐츠가 소비되는 일상에 고급 콘텐츠에 대한 대중적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것이 ‘시요일’ 기획 취지였다”며 “지난 1년간 시요일을 운영해본 결과 이러한 취지와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시 자체의 힘과 꾸준한 콘텐츠 업데이트, 앱 기능의 고도화 또한 시요일의 인기 요인이다. 기획위원으로 참여하는 박신규, 박준, 신미나 등 젊은 시인들의 감각적인 큐레이션 기획도 주효했다. 시요일은 매일 날씨와 계절 등에 맞는 좋은 시를 배달(푸시)하는 ‘오늘의 시’, 슬플 때 외로울 때 비가 올 때 술 마실 때 등과 같이 감정 상태와 상황에 맞는 시를 추천하는 ‘테마별 추천시’ 등을 제공한다.
시요일의 인기는 종이책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저명한 시인의 시집이 아닌 대부분의 시집은 초판 2,000부에 그치고, 신간 시집의 시장 반응기간도 6개월 이하로 짧으며 그 이후에는 판매량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지만 시요일 큐레이션으로 소개돼 조회수가 높은 시가 수록된 시집의 경우 판매량도 증가했다. 박소란의 ‘심장에 가까운 말’, 장석남의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이제니의 ‘아마도 아프리카’, 함민복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등이 시요일에 소개된 후 이들 시가 수록된 시집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배 가량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미디어창비가 시요일 1주년을 기념해 가입자들의 이용 상황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이용자 성비는 여성이 61.2%로 남성 36.6%보다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 48%, 10대 24%, 30대 16%, 40대 7.6% 순으로 10~30대까지 젊은 층의 지지가 두드러졌다. 또 이 앱이 담은 시인 300여 명의 시집 540여 권, 총 3만5,000편 시 중 96%가 ‘한 번 이상’ 읽혔다.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시인은 윤동주, 정호승, 김용택, 함민복, 장석남 순이었으며 많이 읽은 시는 ’봄밤‘(김수영), ’초저녁별‘(최영숙), ’다정이 병인 양‘(김경미), ’돌의 새‘(장석남), ’너는 누구에게 물어보았니‘(송경동) 순이다.
이용자들의 호응에 부응하고자 시요일은 양질의 콘텐츠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시조 4만6,000여 수를 집대성하는 ‘고시조 대전(古時調大全)’(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2012년 출간)을 다음 달 말까지 탑재하기 위해 텍스트 및 키워드를 분석하고 있다. 스승의 날에는 시요일 웹버전인 ‘시스쿨’을 선보인다. 그간 이용자가 가장 많이 찾은 키워드인 ‘사랑’을 테마로 기획한 시선집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와 ‘가족’을 키워드로 아버지에 관한 시를 고르고 20편의 산문을 엮은 ‘당신은 우는 것 같다: 그날의 아버지에게’를 출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