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 오너 일가가 직원들에게 고가의 명품과 가구·식품 등을 관세를 내지 않고 들여오도록 지시했다는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될 경우 항공보안법에 따라 최대 징역 10년을 받을 수 있다는 법률 해석이 제기됐다. 판결이 확정되면 대한항공 법인은 오너 일가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해 탑승을 거부할 수도 있다.
29일 법조계와 항공 업계에서는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가 기장과 승무원들에게 지시해 해외에서 특정 물품을 반입하게 한 것이 항공보안법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해석이 나왔다. 관세청은 지난 21일과 24일 밀수 및 관세 포탈 의혹으로 한진그룹 총수 일가 자택 3곳과 대한항공 사무실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 했다. 현재는 확보한 명품 리스트를 신용카드 내역 등과 대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조만간 조 회장 일가는 관세청에 밀수 및 탈세 혐의로 줄줄이 소환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밀수를 지시한 것만으로도 큰 범죄라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 항공보안법 43조는 폭행·협박 또는 위계로써 기장 등의 정당한 집무집행을 방해하면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44조는 휴대 또는 탑재가 금지된 물건을 탑재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휴대·탑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됨을 명시하고 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라는 지위를 이용해 승무원 등에게 밀수를 지시한 것은 밀수 자체를 넘어 항공보안법을 위반한 중범죄”라고 주장했다.
만약 법원에서 범죄가 인정될 경우 오너 일가는 대한항공을 못 탈 수도 있다. 대한항공 항공운송약관은 특정 여객의 운송을 거절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오너 일가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소액주주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박홍조 제이앤파트너스 변호사는 “경영진이 오너 일가만 항공보안법과 약관 등의 예외로 처리한 사실만으로도 배임죄에 해당한다”며 “이와 관련해 소액주주들을 모아 대표소송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