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외환개입 공개, 원화 국제화 계기로 삼자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한국경제학회장

위기 후 외환건전성 강화 노력

민간 부문 불일치 크게 개선돼

외환당국 부담도 줄어든 상태

국제경제 중심 진입 발판 기대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 회장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 재무부가 반기마다 의회에 제출하는 ‘주요 교역국 거시 및 외환정책 보고서’는 그동안 한국에 대해 시장개입의 투명성을 강조했으나 이번 4월 보고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내역을 시의적절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은 2015년 무역촉진법 발효 후 연속해서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돼 왔다.

언론은 한편으로는 안도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환율주권 침해와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과 같은 시장개입 공개가 가져올 파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한 나라 통화의 대외가치인 환율을 어떤 틀에서 운영할지는 그 나라가 결정할 사안이다. 192개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은 ‘약속’과 ‘시장가격’ 가운데 어디에 더 방점을 둘 것인지에 따라 다양한 환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변동환율제도에서도 ‘환율변동의 공포’에 대응한 시장개입은 전적으로 외환당국이 판단할 문제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한다고 해도 시장에 맡기되 급격한 쏠림이 있을 때 정부가 분명히 대처하는 원칙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을 것’이라는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시장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세계 11위(국내총생산 기준)인 우리 경제의 위상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편 시장개입 공개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고 선진화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기회도 될 수 있다.


또 다른 우려는 시장개입 공개 시 환율절상 압력이 일어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다. 상식적 견해에 따르면 환율은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의 척도이기 때문에 대외수지를 결정하는 핵심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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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식적 견해와 달리 시장개입과 대외수지에 대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장개입이 자본 흐름과의 상호작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 시장개입은 자본 흐름에 맞서는 역풍개입 방식을 취하는데 결과적으로 자본 흐름의 추세가 강화돼 환율에 미치는 압력은 오히려 더 커진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개입이 일어나는 것은 국내로 들어온 외환이 해외로 빠져나갈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대외수지는 저축과 투자의 갭으로 정의된다. 대침체기간에 한국은 상당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시장개입 때문이 아니라 저축이 국내 투자처를 찾지 못해 해외로 나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의 성장 랠리로 785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나 시장개입은 44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시장개입 내역 공개가 곧 대외수지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논리적 근거는 약하다.

한국은 세계 7위의 외환보유국이다. 이처럼 막대한 외환준비금은 글로벌 금융 세계의 변덕스러운 자본 흐름에 대응하는 자기보험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 우리 경제 전체로서는 대외채권이 대외채무보다 커 통화불일치가 없었고 단기채권도 단기채무를 초과해 만기불일치도 없었다. 그러나 은행과 기업 등 민간 부문은 두 불일치 위험에 노출됐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국인이 투자금을 회수하자 외환당국은 564억달러의 보유외환을 매각해 최종보험자 역할을 수행했다.

우리와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비슷한 호주는 만성 적자국이며 외채도 많지만 보유외환이 600억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국가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호주달러화의 국제화가 크게 진전돼 은행과 기업이 자국 통화로 외채를 발행하거나 국제금융시장에서 환위험을 헤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결정한다면 이를 글로벌 경제의 중심부로 진입하는 마지막 관문인 원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위기 후 외환건전성을 강화하는 노력으로 민간 부문의 불일치는 대부분 사라졌거나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크게 개선됐으며 최종보험자로서 외환당국의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2014년부터 대외자산이 대외부채를 초과해 원화 국제화의 여건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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