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사업제안 수백건 하루만에 처리? 부실 우려 커지는 '국민참여예산제'

정부 "전국서 모으는데 한계"

심의 하루 2차례로 대폭 줄여

'과도한 간소화' 지적 잇따라

올해 첫 시행하는 국민참여예산제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로 꼽히는 국민참여단의 오프라인 사업 심사가 단 하루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에 흩어진 300명의 참여단을 자주 모으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지만 수백 건에 달하는 제안사업을 제대로 들여다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민이 직접 예산 사업을 제안·심사·결정하는 국민참여예산제의 핵심 역할을 맡을 예산국민참여단원의 오프라인 회의가 3일로 정해졌다. 무작위로 선발된 전국 300명의 참여단은 오는 6~7월 중 지리적 중간 지점인 대전·충남권에서 만나는데, 첫째 날은 위촉장을 받고 예산 등에 대한 재정교육을 받은 뒤 다시 모이는 두 번째 날 분과회의를 2차례 열어 참여예산 후보 사업을 심의한다. 현재 국민제안 사업은 1,200여건으로 이중 적격성과 숙성과정을 거친 수백건이 심의 대상이다. 이후 마지막으로 모이는 날 제안사업별로 우선순위를 매기는 전체 투표에 나선다.


문제는 국민참여단의 ‘심사’와 ‘결정’을 위한 만남의 횟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올해 주민참여예산제 7년 차를 맞이하는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분과회의만 최대 13일에 걸쳐 이뤄졌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사업 평가 과정에서 주민 위원들의 논의가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10개 분야로 나뉘어 심사하는데 적어도 대여섯 번은 만난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처음 국민참여예산제를 설계할 때는 서울시 모델을 본 떠 오프라인 회의를 9회로 계획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예산이 20% 가량 삭감돼 회의를 7회로 줄였고, 올해 이를 다시 4회(심의는 2회)로 대폭 줄였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전국에서 모이기 때문에 지자체와 비교할 수 없다”며 “횟수가 줄어든 만큼 밀도 있게 운영하고 온라인 콘텐츠를 보완해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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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 설명과 달리 참여단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성실하게 심사·결정에 임할지도 물음표다. 서울시 참여예산위원이 되려면 이틀에 걸친 예산학교를 미리 수료해야 하고 이후 추첨에서 뽑혀야 한다. 의지도 있고 사전 교육도 마친 상태다. 반면 국민참여예산제는 처음부터 전체 국민을 상대로 무작위로 추출해 위원단을 꾸린 뒤 하루 동안 교육해 두 번째 모이는 날 사업 심사를 맡긴다. 직접 만나지 못하는 빈틈은 온라인으로 메꾼다는데, 무수한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우선순위를 매길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원자로 꾸릴 경우 특정 사업의 이해관계자들이 몰려드는 부작용 때문에 무작위 추출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참여예산위원으로 수년간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 사업 하나를 평가할 때도 누구를 위한 건지, 지금 꼭 필요한지 며칠간 격론이 이뤄진다”며 “하루로는 심사가 부실할 수 밖에 없고, 결국 공무원들이 논의와 결정을 주도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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