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뒷북경제] 다자녀 혜택, 3자녀→2자녀까지 확대한다…재정 부담 증가는 숙제

합계출산율 1.05명, 3자녀 이상 10% 그쳐 혜택 제한

주택 대출·공과금 등 2자녀까지 지원 확대 추진

“재정 부담 급증 고려해 신중 접근해야” 지적도




다자녀 가구란 어떤 가정을 말할까요. 통일된 법적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3명 이상 자녀가 있는 가구’를 말합니다. 정부의 다가구 지원 혜택도 대부분 세 자녀 가구에 맞춰져 있죠. 국가장학금, 주택 특별공급, 주택 구입자금·전세자금, 전기·가스요금, 세액 공제, 고속철도(KTX) 요금 등등.

그런데 다자녀 기준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아이, 합계출산율은 지난 1992년에 1.76명에 이르렀지만 지난해는 1.05명으로 쪼그라든 상황입니다. 과거엔 3명은 낳아야 다자녀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2명도 많은 수준이 된 것이죠. 이에 따라 세 자녀 가구에 집중된 다자녀 혜택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어 겉돌고 있다는 의견들이 나옵니다. 일례로 2013~2016년 다자녀 특별공급에 배정된 가구 수는 8만6,653가구였지만 신청 가구는 2만3,789가구로 전체 27.5%에 그쳤습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의식해 제도 개선에 나섰습니다. 다자녀 기준을 두 자녀 가구로 낮추고 지원도 그에 맞게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 안에서 다자녀 지원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진 상황”이라며 “단계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도 개선이 우선적으로 추진되는 부분은 주거 부분입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있어 가장 부담이 큰 것이 주거 관련 비용이기 때문이죠. 국토부와 저출산위는 디딤돌대출에서 세 자녀 이상에게만 주는 우대금리 등 혜택을 두 자녀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현재 세 자녀 가구는 0.5%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 받고 있습니다. 앞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다른 서민금융상품도 올해부터 두 자녀 이하에 대한 혜택이 부분적으로 늘었습니다.


3자녀 이상에만 할인 혜택이 있는 전기요금·도시가스·난방요금 등 주거비도 두 자녀 가구까지 혜택을 늘릴 방침입니다. 세 자녀 이상 가구는 전기요금을 한 달 최대 1만6,000원 할인받을 수 있고 가스요금도 6,000원까지 경감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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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 특별공급도 두 자녀 가구까지 확대가 검토됐지만 지금은 보류된 상태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공급은 대출 지원 등과 비교해 혜택 수준이 큰 제도인데 일괄적으로 두 자녀 가구에 혜택을 주면 대상자가 너무 많아지는 문제가 있다”며 “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가 개편돼 혜택을 보는 두 자녀 가구가 늘어나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최근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민영 기준 10%에서 20%로 늘리고 자격 조건도 결혼 후 5년 내에서 7년 내로 확대했습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개편으로 두 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이 강화된 만큼 당장 다자녀 특별공급 자체를 확대할 필요성이 줄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이밖에 자녀세액공제, 출산·입양 세액공제 등 세금 제도와 다자녀 국가장학금도 제도 개선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상희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아이를 몇 명을 낳든 국가가 함께 키워준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궁극적으로는 다자녀가 아니라 자녀를 한 명만 나아도 양육이나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재정 부담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중 3자녀 이상은 10.6%에 그치지만 2자녀 가구는 50.7%에 이릅니다. 혜택을 단계적으로 늘린다고 해도 결국엔 재정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미 저출산과 관련해 아동수당 신설 등으로 향후 5년간 10조원 이상의 재정 소요가 생긴 상황도 고려해야 합니다.

국책연구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다자녀 기준을 바꾸는 것이 저출산 극복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 수 있으나 재정 여건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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