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남북경협 조급증 버리고 차분히 준비하자

‘판문점 선언’에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개설 등이 포함되면서 남북 경제협력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벌써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공단 재가동을 기정사실화하고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주도하는 선도자가 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국책은행들은 대규모 경협 프로젝트에 대비한 정책금융 준비에 들어가고 건설업계 등도 인프라 투자에 따른 특수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한 뒤 “제대로 경협을 전개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며 남북경협 재개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조만간 판문점 선언의 후속조치로 남북 경협을 총괄할 협의체인 남북경협공동위원회가 11년 만에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협이 가시화되면 북한의 산업화를 유도해 개혁개방의 길로 이끌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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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무작정 경협을 서둘러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앞서 간다고 될 일도 아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과의 신규 합작사업과 원유 대북수출에 대한 제한이 계속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과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경협 재개에 대한 조급증은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대북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으며 사실상 소득 없이 끝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경협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북미 정상회담 등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가시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시점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등 경협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 앞서 가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은 남북 경협에 대한 섣부른 환상을 버리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비핵화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 경제협력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남북 경협은 비핵화 이행과 국제 제재 완화 추이를 봐가면서 차근차근 추진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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