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분할을 앞두고 거래정지에 들어가는 삼성전자(005930) 주가에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3거래일(5월1일 휴장) 간 거래가 정지된다. 4일부터는 현재 가격의 50분의 1에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게 된다. 거래 정지 직전 거래일인 27일 삼성전자 주가는 265만원에 장을 마쳐, 액면분할 후 가격은 5만3,000원이다.
액면분할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지만 증권가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는 27일 대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평균 330만원, 최저가도 300만원으로 주가 상승 여력을 높게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주당 380만원으로 최고가를 불렀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재차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인데다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6.5배에 불과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의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1월 64조7,036억원에서 3월 62조5,081억원까지 하향조정됐다가 반도체 업황 전망 개선으로 이달 들어 다시 63조7,133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로 낮춰지면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늘어 주가에도 긍정적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NH투자증권이 지난 2015년 이후 유가증권시장의 액면분할 사례 39건을 조사한 결과, 24건은 거래정지 이전보다 거래량이 증가했다. 특히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기업 7곳 중 5곳의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덩치 큰 종목의 거래 활성화 효과가 나타났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액면분할 자체는 기업 가치와 무관하지만 시장 참여자가 확대되는 데다 삼성전자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을 예로 들며 “단기적 호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5년 액면분할 후 코스피 상승률을 뛰어넘었지만, 국내 시장 침체와 사드로 인한 한중 갈등 때문에 이후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이 연구원은 “주가가 오르려면 결국 업황과 거시경제 상황이 개선돼야 하는데 반도체 업종의 상승세 회복을 단정짓기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현재 삼성전자 지분 52.1%를 보유한 외국인이 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올 들어 2조5,528억원, 이달 들어서만 1조1,600억원 규모로 삼성전자를 순매도해왔다. 액면분할로 거래량이 늘면서 변동성이 심해지거나 주가가 오를 경우 차익실현에 더욱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