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핀테크가 미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은행장들도 핵심 사업이라며 앱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국내 금융회사는 핀테크 혁신에 늘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은 제도와 규제를 탓하지만, 보수적인 태도를 깨지 못하는 금융사 스스로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아라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스물아홉 살 직장인 문준호 씨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가계부를 정리합니다.
돈을 쓰는 즉시 애플리케이션에 소비 내역이 기록되고, 소비 패턴에 따라 경고 알림을 주기도 합니다.
[인터뷰] 문준호 / 회사원
“제가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지출 분석을 통해서 확인하고, 카드 추천도 받을 수 있고. 제가 소비를 줄여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49개의 금융사가 연동된 뱅크샐러드 애플리케이션은 출시 10개월 만에 가입자 수 75만 명을 보유한 국내 1위 통합 자산관리 플랫폼입니다.
금융권은 정보 노출에 민감하고 규제도 많아 고객이 금융업무를 보려면 일일이 각 금융사를 찾아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모든 금융활동을 한곳에 모아놓고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이 앱의 인기 비결입니다.
이처럼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는 개방과 공유로 풍부해진 정보와 아이디어가 결합할 때 탄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은행권이 내놓고 있는 앱은 해당 은행의 데이터를 모으는 데 그쳐, 고객이 이용 중인 모든 금융사 앱을 깔아야 합니다.
서로 다른 금융회사를 찾아다니던 불편함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진 것밖에 되지 않는 셈입니다.
자금과 인력은 압도적이지만, 공유와 개방에 인색해 기존 금융서비스를 IT화 하는 데만 그친 겁니다.
그나마 농협은행은 국내 은행권 최초로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도입하며 개방과 공유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오픈 API는 내부직원뿐 아니라 외부 개발자나 이용자들도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데이터 플랫폼을 공개하는 겁니다.
[인터뷰] 김봉규 / NH농협은행 핀테크사업팀장
“농협은 금융을 개방하고 핀테크 서비스가 자유롭게 창조될 수 있는 열린 생태계를 만들기로 결정한 거죠. 그게 바로 오픈플랫폼을 통한 연결형 금융생태계를 만드는 겁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이미 금융사 중 90%가 오픈 API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핀테크 혁신이 뒤처졌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라면 개방과 공유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금융사들의 보수적 태도부터 고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아라기자 ara@sedaily.com
[영상취재 이창훈/ 영상편집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