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진중권 "문 대통령 팬덤 불안...태극기부대랑 똑같아질라"

"지방선거? 민주당 압승할것...드루킹은 변수가 못돼"

"통일 멀었다 생각...한핏줄인 곳에 여행도 못가는데"




1998년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진중권(사진). 이후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진중권의 이매진’ 등을 펴내며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미학에 대한 대중의 문턱을 낮춘 그는 대중적인 미학자로 그리고 모든 이들을 비판해서 ‘모두까기’라는 별명까지 얻는 등 국내 대표 논객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진중권의 서양미술사’의 완결편에 해당하는 4편(인상주의)을 출간한 그를 마포구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가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1편이 2008년 출간된 지 10년 만에 완간에 해당하는 인상주의 편이 나왔다. 어떤 책인가?


△19세기 서양미술을 다뤘다. 1편 고전주의에서 2편 모더니즘, 3편 후기 모더니즘으로 넘어갔는데 고전에서 현대로 넘어간 것이다 보니 그 사이에 갭이 너무 컸다. 그 중간인 1850대부터 1900년대까지 50년간의 19세기 미술을 다뤘다. 고전이 몰락하고 현대가 태동하던 시기다. 현대예술을 위한 전제 조건이 그 시기에 마련됐다. 고전은 성서까지 거슬러 올라니까 너무 멀고 현대는 어렵고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 고흐 등 인상주의 화가들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분을 새로 쓰자 해서 책이 나오게 됐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시대를 규정하는 책이었고 올해 출간 20년이다. 다시 이런 책을 쓸 생각은 없나?

△(단호하게) 없다. 그 책도 원래 쓰려고 해서 쓴 게 아니라 서양미술사에 나타난 악마주의에 대해서 쓴 적이 있는데 그 논문이 실린 책을 봤다. 내 글이 박정희를 찬양하는 맥락 속에 들어가 있어서 열이 받아서 쓴 거다. 우연한 계기였고 내게 그런 자극을 했던 게 이인화(류철균) 교수다. 그 친구가 박정희 신화 일으킬 땐데 그들과 맞서서 싸웠는데 결국 책 한 권 써서 박정희 신화를 막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고 몰락을 하면서 구속됐지 않나. 참 결말도 예술이다. 내게 정치칼럼은 그냥 날려 버리는 휘발성이다. 이후 두 권인가를 출간했지만 그것도 영세 출판사 사장님들이 해달라고 해서 마지못해 했다. 그 후에도 다 거절했다.

24일 진중권 교수 인터뷰./이호재기자.24일 진중권 교수 인터뷰./이호재기자.


-남북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 통일이 생각보다 빨리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멀었다고 생각한다. 통일보다 준비 안된 분단의 적대적 성격을 바꿔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다 여행을 가는데 같은 핏줄을 가진 저 나라만 못 가지 않나. 오히려 통일의 문제는 남북이 통일을 하려고 하니 문제다. 아예 다른 나라면 문제가 없다. 남한은 헌법에서 북한까지 영토로 규정하니 미수복지대가 되고, 북한도 노동당 규약에 남한까지 영토로 들어가 있다. 서로 차지하려다 보니 문제가 된다. 통일에 대한 문제를 접어두고 동질성부터 회복해야 한다. 남북한 격차도 줄이고, 연방으로 가도 된다. 1체제 2국가로 가도 되고. 무엇보다 우리 세대까지만 해도 부모님들이 통일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걸 듣고 자랐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관심이 없다.

-6·13 지방선거는 어떻게 보나?

△민주당이 압승할 것 같다. 드루킹은 변수가 못된다. 민주당이 조직한 게 아니라 브로커에게 김경수가 코가 꿰인 게 본질이다. 야당과 보수 언론은 여기에 뭐가 있는 것처럼 인플레이션을 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 절반 이상이 특검 반대한다고 한다. 그럴 사안은 아니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곧 문재인 정부 1년이다. 평가는?

관련기사



△아주 잘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와 문 대통령의 단독 드리블 같은 게 있고, 내각제도를 잘 못 받혀주는 측면은 있다. 교육부, 여가부, 식약청, 외교부도 그렇고 썩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 않다. 내각 전체의 팀워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데 이낙연 총리가 그걸 잘 잡아주는 역할을 해서 티가 덜 나는 것 같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팬덤은 조심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해서 죽었다고 생각해서 문 대통령을 무조건 지켜줘야 한다는 판타지가 있는 것 같다. 이게 강해지면 건전한 비판까지 못 하게 되는 거다. 정부가 잘 못 가고 있으면 궤도 수정을 해줘야 하는데 팬덤이 강해지면 이게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태극기 부대랑 똑같아진다. 지금부터 걱정하기는 이르지만 팬덤만 보면 불안한 측면이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의 ‘미투’가 터졌을 당시 언론 기고문을 통해 그를 비판했다. 아무도 못 하는 말을 할 때 보면 ‘미움받을 용기’가 대단한 것 같다.

△나를 싫어하는 건 그 사람들 문제다. 나를 좋아할 이유가 없다. 싫어할 수도 있고. 정봉주, 드루킹 사건, 나꼼수 팬덤 등을 보면서 안타깝다. 로고스와 에토스가 무너진 것 같다. 우리 편이 잘 못해도 감싸 주고, 무조건 우리 세계는 보호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안타까운 거다. 예전에는 틀렸다고 지적하면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이제 그냥 자기 세계가 진리인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트위터도 끊었다. 틀렸든 맞든 간에 내가 진리라고 믿는 것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 세계는 유지된다. 그게 아니라고 하면 짜증을 내는 거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약 파란약처럼. 사람들도 자기가 믿는 세계에서 그냥 행복하게 살 게 두는 게 좋은 건지 굳이 프로그래밍된 삶에 들어가서 밖으로 끄집어내줘야 하는 게 좋은 건지 그런 심정이다.

-‘미투’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지지한다. 남자는 가해자니까. 침묵해도 욕먹지 찬성해도 욕을 먹어 애매한 부분이 있다. 가능하면 말을 안 하려고 한다. 찬성해도 니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냐라고 공격을 하기도 한다. 아무리 찬성을 해도 내가 남자고 하니까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들은 공격을 한다. 페미니즘도 이즘이기 때문에 굉장히 과격한 사람들도 있다. 내가 부딪히는 건 표현의 자유 부분이었다. 해석에 폭력을 쓴다. 과거에 이슈가 됐던 아이유, 망사 스타킹 이런 것들 말이다. 옛날에는 마초 사회여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자기 아내를 막 험하게 다루는데, 그건 시대 상황을 봐야 한다. 명작들도 보면 인종 차별 성차별이 있고 심지어 성경에도 성차별이 있다. 시대적 한계를 보고 평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대한항공 갑질 논란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은 약간 가족이 정상이 아닌 것 같다. 조현민 등 하는 짓을 보면 짐승들이다. 자기가 자기 분을 못 이겨 뭐가 내려온 것 같다. 분노의 여신 베르세르크 같은 게 말이다. 노르웨이의 바이킹족이 갑자기 미쳐서 날뛰게 되는 거 말이다. 가족력이더라. 어머니를 비롯해 딸, 아버지 다 똑같더라. 사회적인 문제도 있지만 유전적인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일반적인 갑질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격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위험해 보이더라.

-아들이 있다고 들었다. 언론에 노출이 거의 안됐다. 한 칼럼에서 ‘미니 쪽발이 아스토 쿤(君), 무지 귀엽다’라고 썼던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아들 이야기 좀 해달라.

△이제 곧 대학에 가는데 지금 독일에 있고 아비투어(대학 입학 자격시험)를 하게 될지 모르겠다. 공부를 못하는데 수학 경시대회에는 나간다. 수학을 전공하고 싶어 하고 정말 착하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그건 상관이 없다. 아들이 유아원을 다닐 때 루드밀라라는 20대의 젊은 여선생이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그다지 친절하지 않아서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아원에서 루드밀라 선생님이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학부모들은 자녀들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라고 알림장이 왔고, 그 즈음 아들과 테네리페섬에 여행을 갔었다. ‘윤식당’에 나왔던 그 테네리페섬이다. 아들이 당시 네 살이었는데 갑자기 일본어로 “루드밀라 선생님은 꽃이 됐을까? 별이 됐을까?”라고 물었다. 선생님이 마음에 있었던 거다. 착하다.
사진=이호재기자

24일 진중권 교수 인터뷰./이호재기자.24일 진중권 교수 인터뷰./이호재기자.


연승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