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남-북-러 가스관·유럽행 철도 연결…경협고리로 비핵화 유도

■文 대통령, 김정은에 '한반도 신경제구상' 전달

北 전력난 풀어줄 발전소 건설

DMZ 관광협력 등도 담긴 듯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담긴 책자와 발전소에 관한 내용이 담긴 PT 영상을 직접 건넸다.

30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USB를 김 위원장에게 직접 건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부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선 신경제구상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에서 밝힌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펴낸 문재인 정부 5개년 계획에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한반도에 동해권·서해권·비무장지대(DMZ)권 등 알파벳 ‘H’ 모양의 3대 경제·평화벨트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동해권 에너지·자원 벨트 구축’은 금강산·원산 지역은 관광, 단천은 자원, 청진, 나선지역은 산업단지와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설악산과 원산을 잇는 국제관광협력 사업, 나진·하산 복합물류 사업, 단천 자원개발 협력, 남북러 3각 에너지 협력 사업 등을 포괄하고 있다.

두 번째로 ‘서해권 산업·물류·교통 벨트 건설’은 서울~인천~해주~개성 등 수도권과 개성공단, 평양·남포·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경제협력 벨트 건설을 주축으로 한다. 경의선 개보수, 서울~베이징 고속교통망 건설 등도 담겨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 제2 개성공단 건설, 서해 평화경제지대 조성, 인천~개성~해주를 잇는 서해 복합물류 네트워크에 중국 도시들을 연결하는 환서해 물류망을 구축하는 구상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안보 관광지구 개발’이 있다. 문 대통령은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 위원장과 ‘벤치 독대’에서의 평화로운 새소리 등을 언급하며 “나쁜 것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비무장지대도 잘 보존하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큰 자산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무장지대 내 평화공원 구축 및 관광지대화 추진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행되면 낙후된 경기 북부와 강원도 접경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속하는 한 지방자치단체에 남북 공동시장을 열어 ‘미니 통일 지역’인 통일경제 시범특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한반도 신경제지도에는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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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중국·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하는 방안도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 동해 축은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타고 유럽으로 연결될 수 있고 서해 축 역시 서울에서 중국을 건너 프랑스 파리 등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얻을 수 있는 물류 중계 수수료와 관광 수익 등 큰 경제적 효과를 건넸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발전소에 관한 내용이 담긴 PT영상을 건넸다는 것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연설에서 제시한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남한과 북한·중국·일본·러시아·몽골 등 동북아 국가들을 전력망으로 묶는 초광역 전력망 사업이다.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전력난이 고민이고 북한 역시 고질적인 전력난과 비핵화에 따른 원자력 발전 저해 등으로 전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극동지역 개발을 원하고 있으며 중국도 풍부한 신재생에너지를 수출한다면 마다할 리 없다. 몽골 역시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실정이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사안이지만 남북 간의 단절로 추진이 제한돼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의 길을 걷는다면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통해 북한의 전력난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구상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도 문 대통령의 궁극적 그림인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상을 담았을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남북·동북아 전체가 대치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유럽연합(EU)처럼 동북아 전체가 경제공동제가 되고 다자안보 협력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1·2차대전으로 수천만명의 사망자를 낸 유럽이지만 1990년대 유로화 단일화폐 체제 및 EU가 출범하고 경제안보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면서 지금은 전쟁 위험이 사실상 사라졌다. 우리도 남북은 물론 동북아 전체의 경제·자원·안보 협력이 강화되면 EU와 같은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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