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새마을호의 퇴장

0215A39 만파식적



1969년 2월 국회는 그달 10일 도입된 경부선 특급열차 ‘관광호’를 둘러싼 논란으로 소란스러웠다. 대정부질문에서는 에어컨과 서양식 변기는 물론 ‘전자레인지·비어쿨러’ 등 초호화 시설의 ‘살롱카’까지 갖춘 열차에 대한 야당 의원들이 비난이 잇따랐다. 공무원 월급이 2만원이 채 안 되던 시절 특1등석 요금이 4,700원이었으니 당연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야당 의원들은 교통부 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그해 5월에는 탈선사고까지 겹치면서 정부가 야심 차게 도입한 특급열차는 이래저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우여곡절을 겪은 관광호는 5년 후인 1974년 이름을 ‘새마을호’로 바꾸면서 철도 교통 시스템을 확 바꿔놓았다. 서울~부산을 4시간50분 이내에 주파하면서 일일생활권 시대를 앞당긴 것은 물론 열차 내에 별도의 식당칸까지 운영하면서 열차 여행 문화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올림픽 개최는 새마을호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올림픽 개최 직전인 1987년 2세대형 ‘디젤 액압동차(液壓動車, Diesel Hydraulic Car)’가 투입되면서 여객 수송능력이 크게 높아졌다. 맨 앞쪽은 물론 뒤쪽에도 기관차를 배치해 객차를 끌고 당기는 방식이라고 해 PP(Push-Pull)동차라고도 불리는 이 열차는 전에 비해 가속력이 크게 향상된데다 최고 시속이 150㎞로 높아져 서울~부산 간 운행시간을 4시간30분으로 단축했다. 여기에 넓은 차체와 편안한 좌석은 일본의 신칸센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4년 KTX가 도입된 후에도 편안한 승차감 때문에 한동안 상당수의 열차 이용객들이 새마을호를 더 선호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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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동차에도 치명적인 단점은 있었다. 기관차의 중량이 가볍다 보니 초반 가속이 더딘데다 경사로에 특히 취약해 중앙선 등 일부 노선에는 끝내 투입되지 못했다고 한다.

1969년 첫 운행 이후 50년 가까이 한국 철도 여객 운송에 큰 족적을 남긴 디젤 특급열차 시대가 막을 내렸다. 지난달 30일 익산~용산 운행을 끝으로 새마을호의 이름을 고속전철인 ITX-새마을에 넘겨주고 퇴역했다. 이날 열차 운행에는 마지막 새마을호를 타보려는 승객들로 예매가 폭주했다는 후문이다. 초고속열차에 자리를 내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새마을호에 대한 아쉬움이 기자에게만 남는 것은 아닌가 보다.
/정두환 논설위원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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