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바이오기업 상장 러시...中시장 주목을"

호경식 KIP 중국법인 대표

韓 기술특례상장 제도와 유사

중국 정부 상장문턱 크게 낮춰

국내업체 美 중심 진출 벗어나야




“올해부터 중국에서도 한국의 기술특례상장제도와 유사한 방식으로 상장하는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나올 겁니다. 성장성만 놓고 볼 때 중국 바이오 산업이 한국 못지 않게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는 방증이죠”

호경식(사진) 한국투자파트너스(KIP) 중국법인 대표는 1일 “바이오 산업의 성장성을 간파한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홍콩 증시의 상장 문턱을 크게 낮춰 중국 내 바이오벤처 기업들의 증시 입성을 유도하고 있다”며 “지리적으로나 규모로나 한국과 뗄 수 없는 중국 시장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 대표는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VC)인 KIP에서 손꼽히는 중국통이다. 그가 2008년부터 이끌고 있는 중국 법인은 지난해 말 기준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VC 가운데 30위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 VC 중 가장 좋은 성적표다.


호 대표는 최근 중국 정부가 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상장 요건을 완화한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바이오 벤처기업의 상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올해부터 이런 태도가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기술특례상장처럼 실적이 나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의 경우 홍콩 증시에 상장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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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대표는 “최근 1~2년 사이 중국 바이오기업인 베이진과 젠랩이 미국 나스닥에 잇따라 상장하면서 바이오 산업을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며 “2005년 한국에 기술특례상장제도 도입에 맞춰 바이로메드와 메디포트스, 바이오니아 등 바이오벤처 1세대가 등장한 것처럼 중국 주식 시장에도 올해를 기점으로 바이오 벤처들의 증시 상장이 잇따를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국의 VC 투자금액은 500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상장 요건이 완화되면 막대한 투자자금이 바이오 산업 쪽으로 몰릴 수 있다. KIP 중국법인도 이미 3~4년 전에 중국 바이오 기업에 투자했던 결실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거둬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호 대표는 “아직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명을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중국 정부가 바이오 기업에 대한 상장 문턱을 낮추기로 한 것은 투자 회수 관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국내 제약사나 VC들이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읽고 중국 바이오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호 대표는 “신약을 개발 중인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바이오 선진국인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임상 3상까지 거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고, 막상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시장을 잃게 된다”면서 “국내 제약사나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고 있는 중국을 겨냥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 바이오 기업에 막대한 투자금이 몰리기 시작하면 중국도 한국에 못지 않은 바이오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초기 신약 개발 단계에서 중국 기업들과 협업하고 넓은 중국 시장을 공동으로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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