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드루킹 "혐의 인정하니 재판 빨리" vs 檢 "경찰이 압수물 증거 안줘"

드루킹, 재판서 혐의 순순히 인정

검찰, 경찰 핑계로 증거목록 제출 안해

공소장 변경 요청하며 "다음 재판 6월에" 주장

재판부 "피고인 재판 신속하게 받을 권리 있어"

일부 방청객 고성·욕설도

‘드루킹’ 김모씨가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드루킹’ 김모씨가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버 댓글 조작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필명 ‘드루킹’ 김모씨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 재판의 쟁점은 엉뚱하게도 혐의 사실 규명이 아니라 검찰의 증거 미제출과 공판 속도에 집중됐다. “혐의를 모두 인정하니 재판을 빨리 진행하자”는 김씨 일당 측과 “경찰에서 압수물 증거가 안 넘어와 분리·제출할 수 없으니 다음달에 재판을 하자”는 검찰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김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막힘 없이 “네”라고 답했다. 김씨 변호인인 오정국 변호사도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정에 수의를 입은 채 떨떠름한 표정으로 등장한 김씨는 간혹 오 변호사와 귓속말만 나눌 뿐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김씨와 공범 우모씨, 양모씨는 지난 1월17일 밤부터 18일 새벽까지 매크로 프로그램(키보드·마우스 입력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해 문재인 정부에 불리하도록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사 공감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네이버에 올라온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관련 기사에 달린 ‘땀흘린 선수가 무슨 죄냐’ 등의 댓글에 614개 아이디로 공감 수를 조작한 혐의다.

김씨 측 변호인은 무엇보다 공소장을 변경하겠다는 검찰 측 주장에 재판을 빨리 진행해 달라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기소를 했다면 증거를 확보했다는 얘기인데 검찰이 아직도 증거목록을 제출하지 않은 게 이상하다는 지적이었다.


오 변호사는 “지금까지 증거를 제출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공소장을 바꾸겠다니 납득이 안된다”며 “(검찰이) 재판을 지연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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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검찰은 경찰이 압수물을 분석 중인데 암호 등이 걸려 있어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경찰이 나중에 압수물을 송치하면 이를 본 뒤 공소장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검찰은 나아가 증거 분리 등 시간이 필요하니 다음 재판을 6월에 하자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검찰은 “공범인 박모(필명 서유기)씨에 대해 수사 중인데 사건을 곧 병합할 것”이라며 “경찰의 압수물 분석이 한 달 정도 뒤에 끝날 것으로 예상되니 재판기일도 한 달 뒤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 달 뒤면 북미정상회담을 지나 6·13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시기다. 검찰은 “오늘 증거 신청이 가능하다”는 재판부의 제안에도 “준비가 안 됐다”며 버텼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재판을 신속하게 받을 권리가 있다”며 검찰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 기일을 5월16일 오후 3시30분으로 잡았다. 김 판사는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 사건이지만 우리 헌법상에 인신구속은 최소한의 범위로만 제한한다”며 “범죄 사실이 또 나왔다고 공소장을 변경할 수는 없으니 차라리 추가 기소를 하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이른 시간부터 보수 성향 방청객들이 몰려와 길게 줄을 섰다. 중형 가능성이 크지 않은 혐의라 소법정에서 진행된 탓에 상당수 방문객들은 입정하지 못했다. 들어오지 못한 방문객들은 공판을 지켜보게 해달라며 재판정 밖에서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재판정 안에서도 “죗값을 치러라”, “탁현민이 이것도 기획했느냐”는 등 욕설과 고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윤경환·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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