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를 잡기 위한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연 매출만 20조원에 달하는 휴미라의 점유율을 10%만 가져와도 2조원 규모에 달해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최대 승부처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베링거잉겔하임은 최근 휴미라 개발사인 애브비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유럽 출시를 위한 특허협상에 돌입했다. 베링거잉겔하임은 일찌감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유럽에서 판매허가까지 받았지만 애브비의 특허에 가로막혀 출시일을 정하지 못했다.
베링거잉겔하임은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워 특허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애브비와 특허협상에 성공한 암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유럽 출시시기를 오는 10월로 맞추되 로열티는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부담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협상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오는 10월 세계 첫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둘러싼 경쟁은 베링거잉겔하임과 암젠,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3파전 구도’가 된다.
후발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화이자, 산도스, 쿄와기린, 코히러스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끝내고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매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100여개의 특허를 앞세운 애브비와의 특허협상이 최대 관건이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출시시기가 최대 경쟁력으로 꼽히는 만큼 한시라도 빨리 출시하기 위해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거나 개발을 완료한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은 40여개사에 이른다. 하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제외하면 국내 기업의 개발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LG화학이 일본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고 이수앱지스, 바이오씨앤드, 디엠바이오 등이 임상 1상에 머물러 있다.
다만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강자로 올라선 셀트리온은 의도적으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늦추고 있다. 오리지널의약품 개발사인 애브비가 효능과 편의성을 높인 고농축 휴미라 제품을 개발 중이라는 점에 착안해 아예 후속 제품을 겨냥한 바이오시밀러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차세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조기에 선점해 이른바 ‘퍼스트 무버’의 영향력을 단숨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애브비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한 휴미라는 수년째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매출 1위를 달리는 바이오의약품이다. 지난해에만 글로벌 시장에서 189억4,600만달러(약 20조2,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류머티스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건선, 강직성 척수염 등에 주로 쓰인다. 경쟁 바이오의약품에 ‘엔브렐’ ‘레미케이드’ 등이 있지만 가장 폭넓은 치료질환을 확보해 매년 2배 이상 판매액에서 격차를 벌리고 있다.
국내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시장규모가 워낙 거대해 모든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이 군침을 흘리는 분야”라며 “미국 판매시기가 2023년부터인 만큼 앞으로 5년 동안 유럽에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