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경영진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성과급 체계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직접 보수평가위원회에 들어가 자신들의 성과급을 ‘셀프 의결’하며 성과급을 늘려온 셈이다. 이를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들도 감시자의 역할을 하기는커녕 대부분 거수기로 전락해 고액 성과급 잔치를 방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증권사의 2017년 사업보고서와 보수 체계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직원들의 보수는 평균 6.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호황으로 실적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공무원 인상률(3.5%)의 두 배 수준에 달하는 상승폭을 기록했지만 직원들의 만족도는 떨어진다. 대표이사를 비롯해 ‘샐러리맨의 꽃’으로 불리는 임원들은 연봉 증가율이 32.39%로 직원들의 5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번다”는 한 증권사 직원의 말처럼 증권맨들의 박탈감은 적지 않은 편이다.
임원들의 급여가 크게 늘어난 것은 성과급 덕분이다. 지난해 보수 체계 연차보고서를 공개한 13개 증권사 임원들의 보수를 비교하면 기본급은 소폭 줄었으나 성과급이 전년 대비 54%나 증가했다. 실적 상승에 따른 결과물이다.
개별 회사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직원들의 평균 보수는 2016년 9,342만원에서 지난해 9,390만원으로 0.5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사장·부사장·본부장 등의 경영진은 전년 대비 39.64% 올랐다. 상승폭을 비교하면 77배에 달한다. 성과급의 경우 최근 3년 실적을 고려해 일부를 이연 지급하는 것을 감안해도 격차는 상당하다. 삼성증권(016360) 역시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9,051만원에서 9,596만원으로 6%가량 증가했는데 임원들은 1인당 평균 3억원가량의 성과급을 받은 덕분에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늘어난 6억원대 연봉자가 됐다. 한화투자증권(003530)과 유안타증권 역시 임원급의 상승률은 10배 안팎을 기록했다. 대신증권(003540)은 직원 급여는 줄었지만 경영진의 연봉이 늘어나기도 했다.
임원들은 권한에 따른 책임이 큰 만큼 실적이 좋으면 보상도 많은 편이다. 문제는 성과급 결정 과정이다. 보수위원회나 보상위원회로 부르는 이사회 내 기구에서 회사의 보수 체계를 정하는데 여기에 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포함돼 스스로 급여를 책정한다. 셀프 추천으로 논란이 된 최고경영자추천위원회의 경우 적어도 자신을 추천한 경우에는 의결권이 사라지지만 보수위원회는 그렇지도 않다. 직접 의결도 한다. 직원들이 주는 만큼 받아야 한다면 임원들은 받고 싶은 만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성과보수가 급증한 한국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016610)의 경우 예외 없이 유상호 사장과 고원종 사장이 보상위원회 멤버로 들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