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신의 아이들’ 방송 전만 해도 대부분의 스포트라이트는 강지환, 김옥빈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회가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눈길은 주하민 역을 맡은 심희섭에게로 향했다. 그의 감정 변화에 따라 극의 흐름이 바뀌었고, 그가 ‘사느냐, 죽느냐’는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시청 포인트가 됐다. 말 그대로 ‘씬스틸러’다운 활약이었다.
최근 종영한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이하 작신아)’은 팩트, 논리, 숫자만 믿는 엘리트 형사 천재인(강지환 분)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는 신기 있는 형사 김단(김옥빈 분)이 전대 미문의 집단 죽음에 얽힌 음모와 비밀을 추적하는 드라마다.
극중 심희섭은 생존을 위해 반사회적인 인물이 되었지만 그 이면에 학대 받기 이전의 순수한 면을 간직한 주하민을 연기했다. 지난 3월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주하민은 계속 선과 악을 찾아가는 인물”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선과 악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에게도 주하민이라는 캐릭터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 ‘작신아’를 마친 소감이 어떤가
많이 애정 했던 작품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허전함과 아쉬움이 커지는 것 같아요. 장르물은 처음이고 드라마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설렘과 걱정 속에 시작했는데 무사히 잘 마친 것 같아요. 물론 더 나아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건 아닌가하는 후회도 들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운 것들을 잊지 말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 권선징악, 꽉 채운 해피엔딩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결과는 만족스러운 편인가
죽음으로 끝나느냐, 벌을 받느냐, 참회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느냐. 주하민의 결말에 대해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저도 예측할 수 없었어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풀어내고자 하는 이야기에 비해 제한된 양이 부족하다보니 조금만 더 길었으면 더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완성도의 아쉬움은 전혀 없어요.
▲ 주하민이라는 캐릭터가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힘든 캐릭터 같다. 이전작들과 결이 다른 캐릭터다보니 접근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떤 고민들을 가장 크게 했나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야 했던 인물이에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면서 기계적으로 살아왔고, 나쁜 짓을 저질렀지만 그 선택을 본인이 했다고 단정 짓기도 애매해요. 막연하게 억압받았던 것을 분노로 표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그리고 사는 인물도 아니죠. 그 줄타기가 힘들더라고요. 다행히 감독님께서 템포 조절을 잘 해주셨어요. 제가 혹여라도 과하게 감정 표출을 하려고 하면 다 배출해 버리면 의도하고자 하는 방향과 달라지기 때문에, 더 절제하고 참는 모습이 오히려 극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조언해주시더라고요. 대사 역시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안에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죠. 그 의미를 잘 전달하기 위한 고민들도 많이 했어요.
▲ 선악의 경계처럼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온도차도 좋았다. 강아지 앞에서 드러낸 주하민의 순수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원래 대사에 나와있던 장면인가
많은 분들이 그걸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원래 대본에도 있었던 대사에요. 주하민도 그런 순수한 면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지만, 처참한 운명 때문에 변했다는 걸 강조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강아지 덕분에 저까지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요(웃음).
▲ 김옥빈, 이엘리야와 러브라인을 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는데, 큰 진전은 없었다. 아쉬움은 없나
시놉시스 상에는 그런 느낌도 있긴 했는데, 풀어야 할 이야기들이 워낙 많다보니 더 중심 스토리에 집중을 한 것 같아요. 사실 주하민은 너무 처참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인물이에요. 결국 잔인한 상황에서 벗어나서 그렇게 꿈꾸던 소박하고 일상적인 삶을 살게 되는데, 그 과정이 주하민이라는 인물에게는 더 큰 의미를 남기는 것 같아요.
▲ 많은 분들이 강지환과 사귀는 게 제일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두 사람의 브로맨스 케미가 좋았다. 강지환과의 실제 호흡은 어땠나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해오셔서 신 집중력이 높으시고 다양한 시도를 좋아하세요. 대본에 있는 걸 발전시켜서 저에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고 질문도 많이 해주셨고요. 또 선배님의 강점이라면 진지함과 코믹함을 두루 표현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그게 안 되거든요. 재미가 없어요(웃음). 한 마디 한 마디 하실 때마다 위트가 넘쳐서 제가 거기에 매료가 됐나봐요.
▲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작품이 어두웠던 것과는 달리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김옥빈씨가 적극적이고 활달해서 자기 역할에 대한 의견도 많이 내고, 분위기도 좋게 만들기도 했고요. 또 감독님도 활력이 넘치시고, 배우들 의견도 많이 들어주셨어요. 배우들이 의견을 많이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죠.
▲ ‘작신아’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가
그 전작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너무도 좋은 분들을 만나서 연기를 대하는 태도나 작품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초반에 힘들었고 아직 부족함이 많다는 걸 느끼면서 자책도 들었어요. 이 작품을 통해서 제가 새롭게 다짐한 부분들이 많은데,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있어요. 제가 몸이 편해지고 마음이 편해져서 본래 습관으로 돌아가고 이런 경험들을 잊을까 봐. 최대한 지금 배운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고 해요.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