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라면 입에도 담기 싫은 말 중에 ‘입스(Yips)’라는 게 있죠. 요즘에는 드라이버 입스, 아이언 샷 입스 같은 말도 쓰지만 원래 특히 퍼트에 관한 용어로 주로 쓰였답니다. 쇼트 퍼트 때 손이나 손목 등의 근육에 영향을 미치는 불안증을 가리킵니다. 유명 선수들 중에도 퍼팅 입스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걸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은퇴한 사례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입스, 또는 퍼팅 난조는 반드시 직선 스트로크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완벽한 스트로크를 하기 위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가 오히려 스트로크에 자신감을 잃고 혼란에 빠진 골퍼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는 미녀 골퍼 한상희 선수를 아시나요. 174㎝의 큰 키와 예쁜 외모에 펑펑 때려내는 장타로 인기를 모으는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 드라이버 샷 평균 261.3야드로 이 부문 10위에 올라 있기도 하지요. 호쾌한 샷을 날리는 한상희 프로지만 지난해까지 시드전을 치르며 투어 카드(시드권)를 힘겹게 지켜왔습니다. 성적이 따라주지 않은 원인은 퍼트였습니다. 얼마 전 찾아온 한상희 선수는 몇 년 전부터 퍼트 난조로 애를 먹고 있습니다. 퍼터를 바꿔보고 집게 그립으로 잡아보는 등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라고 했습니다.
퍼팅에 대한 이론과 연습 방법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스트로크 궤도, 관성모멘텀, 시계추(진자) 운동 등등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저는 퍼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스트로크를 일직선으로 할 수 있고 퍼트라인을 잘 읽더라고 스피드를 맞추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법이죠. 남은 거리에 따라 일관성 있게 볼을 굴릴 수 있어야 홀에 넣거나 가깝게 붙이는 확률이 높아질 겁니다.
완벽한 스트로크는 정해진 게 없습니다. 좋은 스트로크가 있을 뿐인데 그건 100번을 하든 1,000번을 하든 항상 똑같이 무한 반복할 수 있는 스트로크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스트로크 스타일을 찾는 것은 일관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관성을 위해 필수지만 프로들도 자주 놓치는 부분 중 하나는 양팔과 어깨가 이루는 형태입니다. 이는 개인에 따라 삼각형이나 오각형 모양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스트로크를 하는 내내 이 삼각형이나 오각형의 형태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정면에서 봤을 때 양쪽 팔뚝이 이루는 V자의 내각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 좋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립을 쥔 양손과 몸 사이 간격도 일정해야 합니다. 이들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은 꽤 간단합니다. 어드레스 때 팔꿈치를 몸통에 살짝 붙이는 거죠. 한상희 선수도 스트로크 때 팔뚝 사이의 각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었고 이 방법을 권해 봤더니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었습니다. 퍼트를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 팔꿈치를 몸에 붙이거나 적어도 오른쪽 팔꿈치만이라도 몸에 붙인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몸에 붙이면 척추를 축으로 어깨 중심의 시계추 스트로크를 하는 것도 쉬워진답니다. 거리 일관성을 위해 또 한 가지 아주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각을 믿는 거라는 사실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KLPGA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