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회계 논란에 휩싸이면서 바이오의약품 수주계획에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사태로 글로벌 무대에서 이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K바이오’의 브랜드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연간 18만ℓ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3공장을 준공했다. 단일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이자 제1공장(3만ℓ)과 제2공장(15만ℓ)을 합치면 연간 36만ℓ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전문기업으로 올라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객관적 품질측정 면에서도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지난달에는 미국 생명과학 전문지 라이프사이언스리더스와 시장조사업체 인더스트리스탠더드리서치가 발표한 ‘2018 CMO 리더십 어워드’에서 글로벌 CMO 기업 중 유일하게 6개 항목 전 부문을 2년 연속 수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상을 창립 7년을 맞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최고 수준의 CMO 기업으로 올라선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전관왕을 수상했던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올해 품질 항목에만 이름을 올렸고 스위스 론자와 중국 우시는 각각 서비스와 신뢰성 부문에서만 수상기준을 넘겼다. CMO의 경우 생산설비 등에서 글로벌 전문기관들의 매우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회계 논란이 대외적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수주 문제로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본질적인 경쟁력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외부적인 요인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업계가 다른 산업군보다 유독 엄격한 내부 윤리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은 계약 체결부터 정식 생산까지 통상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글로벌 제약사가 회사 내부의 윤리기준에 따라 계약체결을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CMO 전문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누적수주액은 33억2,700만달러(약 3조6,000억원)다. 주요 고객사로 로슈·BMS·선파마 등이 있으며 지난해에만 고객사 4곳과 바이오의약품 6종을 추가로 확보해 4억달러 이상의 실적을 달성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현재 15개사 이상의 기업과 30종 이상의 바이오의약품 수주계약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주가 차질을 빚을 경우 향후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이 올해 5,395억원에서 내년 9조3,30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이는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시험생산에 돌입하는 제3공장의 수주액을 반영한 수치다. 현재 제3공장이 수주한 바이오의약품 위탁계약은 1건이어서 앞으로 추가적인 수주가 절실한 상황인데 회계 문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채 발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장기적으로 제4공장까지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공장 설립에 따른 자금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에만 1,900억원가량의 사모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국내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종 결과는 금융당국이 판단하겠지만 외부적인 변수가 국내 바이오 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을 가로막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번 논란이 자칫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