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사진) 전 통일부 장관이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중국을 배제한 종전 선언이 한반도 평화체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이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멘토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남북미 간 종전 선언을 준비 중인 정부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전 장관은 3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과 노무현재단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 1년과 2018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 학술회의에 참석해 “남북미 3자가 종전 선언을 하고 나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때서야 중국을 참여시킨다면 평화협정을 빨리하는 과정의 조치는 아니다”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법리상 정전협정의 서명대상자는 미국을 대표한 마크 웨인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 김일성 인민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관 3명이었다”며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종전 선언을 한다면서 대상자를 제외하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정부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바로 이 때문에 시진핑 주석이 우리 정부의 전화를 받지 않는 것 같다”고도 했다.
정 전 장관은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은 ‘차이나 패싱’을 우려한 시 주석이 불러서 성사된 것”이라며 “중국을 안심시키고 돌아왔는데 중국을 제외한 종전 선언 이후에 평화협정에서 중국을 참여시킨다면 북미 정상회담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협정 대상자를 다시 뒤집을 수도 없을 텐데, 그래도 수정할 수 있다면 수정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아울러 정 전 장관은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시간 안에 비핵화를 할 수 있겠지만 미국은 북미수교만 해도 상원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등 정치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의 약속은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의회권력의 구성에 따라 추동력이 붙을지가 결정될 것”이라며 “트럼프의 임기와 의회 권력 등 미국 정치 상황이 일종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전 장관의 지적에 대해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종전 선언은 ‘협정’처럼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없이 정치적인 선언을 하는 수준”이라며 “정치적 의지를 확인하는 이벤트성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