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EU, 예산 전쟁 시작

차기 7년 예산 1억2,790억유로

브렉시트로 세수 줄었지만

약 2,790억 유로 오히려 늘어

"서유럽 분담금 더 내면 영향력 는다"

반 EU 정서 고조...난항 예상

AFP연합뉴스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2021~2027년 예산 초안이 총 1조2,790억 유로(약 1,650조원)로 결정됐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에도 오히려 늘어난 예산 규모에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반 EU’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2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 출석해 EU 중기 예산안을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EU는 7년간의 중기 예산을 정한 후 이를 매년 나누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2021년 이후 EU의 중기 예산은 현재(2014~2020년)의 1억 유로보다 약 2,790유로 늘어났다.

브렉시트로 한 해 약 120억 유로의 세입은 줄었지만 테러 대책 등 안보 비용과 난민 관리 비용, 청년 고용 대책 등 씀씀이는 늘었다. 융커 위원장은 유럽의회에서 증세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더 적은 재원을 갖고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한 실용적인 계획을 마련했다”며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예산안”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이 EU에서 이탈하는 상황에서 지출이 증가해 어쩔 수 없이 회원국들의 분담금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대부분은 경제 대국인 독일·프랑스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과 프랑스는 분담금 확대에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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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최근 반 EU 정서가 강해지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미 우리는 부유한 국가에 너무 많은 짐을 지웠다”고 말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EU가 (영국 탈퇴로) 더 작아지게 되는 만큼 예산 규모도 줄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두 나라는 최근 총선에서 극우 정당의 지지세가 급등하며 반 EU 정서 고조 현상을 확인한 곳이다.

여기에 EU가 ‘EU의 가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예산 접근권에 제한을 두는 ‘법의 지배’ 조항을 새 예산안에 편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융커 위원장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헝가리·폴란드 등을 염두에 둔 조항이라는 평가가 강하다. 동유럽 국가들은 EU와의 충돌을 반복하고 있지만 재정면에서는 EU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폴란드 정부는 “법은 분명해야 하며 정치적 감정에 의해서 좌우되면 안 된다”며 반발했다.

초안이 공개되자마자 각국에서 파열음이 고조되면서 올해 예산 심사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U 예산안은 모든 회원국에서 만장일치로 합의하고, 유럽의회에서도 승인을 받아야 최종 확정된다. 집행위는 차기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되는 내년 5월 이전에 새 예산안을 확정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통상적으로 EU 예산 심의과정에 유럽의회는 예산을 더 늘리려고 하고, 각 회원국은 예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줄다리기를 하므로 예산안이 제출된 후 최종적으로 확정될 때까지 최소한 수개월이 소요된다. 집행위에 따르면 현재(2014~2020년) 예산도 최종 확정까지 약 2년이 걸렸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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