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 자택에서 드러난 비밀공간은 압수수색 당시 책꽂이와 옷으로 가려져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밀공간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창고’라고 해명했던 대한항공 측의 주장이 낯부끄럽게 됐다.
4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이 이틀 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이 사는 서울 평창동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인한 비밀공간은 총 3곳이다.
2곳은 지하와 2층 드레스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머지 1곳의 정확한 위치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세관 당국은 3곳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장소라는 점에서 모두 비밀공간으로 판단하고 있다.
3곳 중 2곳은 책꽂이와 옷가지로 은폐된 정황이 확인됐다. “한진일가 자택에 비밀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한항공 측의 공식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한항공 측은 전날 배포한 해명자료에서도 “자택 2층 드레스룸 안쪽 공간과 지하 공간은 누구나 발견하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며 “특히 지하 공간은 평소에 쓰지 않는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의 창고”라고 주장했다.
다만 세관 당국은 이런 은폐 정황은 인정하면서도 책꽂이나 옷의 구체적인 규모나 무게, 이동 방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세관이 한진일가 자택에서 찾아낸 비밀공간에는 밀수·탈세 혐의와 관련된 물품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진일가 측이 비밀공간을 적극적으로 숨긴 정황이 드러나면서 여전히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달 세관의 1차 압수수색 이후 한진 측이 밀수품으로 의심을 살만한 물품은 이미 외부로 옮기는 등 이미 ‘정리’를 마쳤을 가능성을 아직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세청 관계자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된 이 공간은 모두 한진일가가 의도적으로 숨겨 놓은 비밀공간이 맞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