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을 목표로 일본이 추진하는 차기 주력전투기(FX) 도입 사업에 미국의 록히드마틴사가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F-22와 F-35의 혼합형 전투기 개발을 일본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간 굳건한 안보 동맹이 재확인된 동시에, 안보와 무역을 저울질해 대일 무역적자를 해소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일 록히드마틴이 오는 2030년께부터 순차적으로 퇴역하는 F2 후속 전투기로 F-22를 토대로 하는 혼합형 전투기를 개발할 것을 일본 측에 제안했다며, “F-22 일부 기술을 일본에 공개하는 것을 포함한 록히드사의 제안은 미국이 일본을 안보상 중요한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동안 미국은 기술 유출에 따른 국가 안보 위협의 이유로 F-22의 해외 판매를 금지했었다. 일본도 과거 미국에 F-22 수입을 타진했지만 미 의회가 군사기술 유출을 이유로 판매를 거부한 바 있다.
록히드사도 “양국 정부가 F-2의 후속 기종을 검토해 주기를 기대한다”면서 “일본의 안보에 기여하면서 비용대비 효과가 높은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F-22의 기술 일부를 공개하기로 방침을 바꾼 데는 7조5,000억엔 규모의 대일무역적자를 해소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일 적자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나 농산물보다 단가가 높은 전투기 등 군수용품을 구매하라는 것이 미국 측 입장이라는 것이다.
당초 F2 후속 전투기를 자체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던 일본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일본은 총 6조엔의 예산을 들여 FX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방침이었지만,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미국측 제안을 거부하기 어려진 것이다. 일본 내에서는 미국이 FX 사업을 주도하게 될 경우 일본의 방산분야 생산과 기술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문은 “미일 동맹을 중시하는 일본 입장에서 FX 순국산화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