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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GDP 사용설명서] 낡은 통계지표라고 눈총받아도…통하는건 너 뿐이야

■다이앤 코일 지음, 부키 펴냄

국가 경제규모 측정하는 GDP

‘잘 살고 못 살고’ 한 눈에 파악

저소득 국가로 분류됐던 가나

새 가중치 적용후 중하위 격상

통계의 한계로 대표성 도마 위

단점 있지만 대체할 지표 없어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환장할 거짓말, 그리고 통계.”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 총리 벤저민 디즈레일이 한 말이다. 팩트에 가까워 보이는 통계는 사실은 어떤 기준으로 쪼개고 붙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음을 간파한 디즈레일의 통찰이 예리하긴 하다. 한 국가의 경제 규모를 측정하는 가장 대중적인 수단은 국내총생산(GDP)으로 이 역시 통계인 까닭에 얼마든지 수치가 변형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GDP가 계산의 문제점도 있는 데다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는 핵심적인 이유를 제공하기 때문에 국제표준으로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지표로 GDP만한 것이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의 말대로 GDP는 한 나라의 규모를 쉽게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이를테면 1970년 1인당 GDP 1위는 모나코로 1만2,096달러, 2위는 미국으로 5,136달러였으며, 대한민국의 GDP는 286달러로 100위를, 북한은 384달러로 82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렇게 GDP 수치만으로 당시 최고 부국은 어느 나라였는지, 당시만 해도 북한이 남한보다 잘 사는 나라였으나 현재는 남한이 압도적으로 잘살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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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통계의 한계’는 분명히 GDP에도 존재한다. 통계의 한계 때문에 곤혹을 치르거나 역사가 달라진 사례도 있다. 그리스의 전 통계청장인 안드레아스 게오르기우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실제보다 부풀려 발표해 ‘그리스의 국익을 해쳤다’는 이유로 기소를 당했고, 가나는 저소득 국가에서 한순간에 중하위권 국가로 ‘통계상으로 격상’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졌을까? 그리스의 경우 2006년 이탈리아를 따라서 GDP에 갑자기 비공식경제를 포함시켰는데 이는 유럽 내에서 커다란 문제가 됐다. GDP가 늘어남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달라지고 그리스의 채무상환능력이 재평가됐기 때문이다. 가나의 경우는 오랫동안 통용되던 가중치를 새로운 가중치로 교체해 GDP가 갑자기 상승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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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GDP는 어떻게 계산하는 것일까? ‘GDP=C+I+G+(X-M)’. 이는 소비 지출, 투자 지출, 정부 지출을 더하고 여기에서 ‘수출 빼기 수입’을 합한 것을 의미한다. 간단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세부 요소를 계산하는 데는 역시 매우 복잡하다. 이 때문에 GDP의 정확한 계산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해관계자들을 비롯해 학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책의 저자가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금융 서비스의 측정 방식이다. 금융서비스업에서는 서비스를 대가로 직접 보수를 받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드물어 통상적인 방법으로 측정하면 금융업의 부가가치가 아주 적거나 심지어 마이너스로 나오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금융중개서비스간접측정(FISIM)이었는데, 원리상으로는 의미가 있었지만 한 가지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위험을 많이 감수할수록 금융 서비스산업의 성장률이 올라간다는 점.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가져올 위험성은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렇게 금융서비스 산업 산출이 과대 평가되면 금융이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오해해 나라 전체의 정책 방향이 과도하게 금융중심으로 개편되기도 한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바로 이러한 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처럼 GDP의 한계점을 인정하면서도 지금까지 개발된 다양한 대안적인 지표들과 함께 경제를 평가하고 통계의 함정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GDP는 여전히 유효한 지표라는 낙관적인 관점을 흔들림 없이 유지한다. 1만6,0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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