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출범과 함께 일자리·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웠다. 기존의 경제정책이 양극화를 심화하고 성장 한계에 봉착한 만큼 이제는 일반 서민·중소기업이 뛰고 소비를 늘려 경제를 선순환시키겠다는 의지였다. 1년이 지난 지금 ‘고용 쇼크’라 할 만큼 일자리는 좀처럼 늘지 않고 실업률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숙박·음식점이나 도·소매, 경비 취업자 수도 급감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서경펠로 대부분은 일자리·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낙제점을 제시하며 혹평했다. 한 서경펠로는 “국민 경제 체력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에도 귀를 기울이고 현실감 있는 인사를 등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새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서경펠로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이처럼 일자리·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불신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소득주도성장이 경기선순환에 미치는 효과를 묻자 절반이 넘는 53.3%가 ‘효과가 없다’는 냉랭한 답변을 내놨다. 특히 ‘실패했다’는 응답은 20%, ‘크게 실패했다’는 응답자도 13.3%에 달했다. 전체의 86.6%가 소득주도성장이 효과가 없거나 실패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소득주도 성장이 ‘크게 성공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성공했다’는 평가는 13.3%에 그쳤다.
일자리는 서경펠로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지표들이 최악을 달리고 있다. 지난 2~3월 두 달 연속 취업자 수가 10만명대 증가에 그쳤고 3월 기준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해 18조원 넘게 쏟아부은 결과가 고용 쇼크로 귀결된 셈이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음에도 이처럼 고용성적표가 바닥을 기는 이유를 찾으려 서경펠로들에게 ‘고용 문제가 해결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복수응답)’에 대해 질문하자 전체의 28.6%는 ‘노동 유연성 부족’을 꼽았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19.0%), 규제개선 미비(14.3%) 등이 뒤를 이었고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신규산업 미육성’의 응답률은 각각 9.5%를 기록했다.
이 같은 진단은 지금 정부의 일자리·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일자리의 안정성을 먼저 확보한 다음 유연성을 챙기는 전략을 구사한다. 또 소득주도성장의 대표 정책으로 올해 최저임금을 16.4%나 올렸다. 펠로들의 답변만 본다면 정부의 일자리 전략이 오히려 고용을 악화시킨 셈이다. 규제개선이나 신규산업 육성을 강조한 부분도 정부가 귀담아야 할 부분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소득주도성장’으로만 기울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또 다른 축으로 ‘혁신성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구호만 있을 뿐 실제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이끌 만한 뚜렷한 대책들은 보이지 않는다. 규제혁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고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만들 기업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이상일 전 의원은 “대기업을 적대시하지 않고 노동계에 버금 가게 사기를 올려줘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기업 역할론을 강조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은 “일자리를 정말 만들고 싶다면 규제를 완화하고 ‘친기업 정책’이라도 가리지 않고 우선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기득권층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때 일자리가 생긴다”며 “청년일자리 대책처럼 지속 가능성이 부족한 미봉책은 그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대표 정책인 중소기업 육성방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번 정권은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고 중기·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효과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40%는 ‘효과 없음’이라고 밝혔고 ‘고용 축소 등 지역 경기 악화’ 같은 부작용만 키웠다는 답변도 23.3%에 달했다. 응답자 5명 중 3명이 고개를 가로저은 셈이다. ‘고용증대 등 경기 활성화에 기여’는 20%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