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꿈과 비전을 가져라!

<72>일하고 싶은 조직문화 만들기

비전없는 조직은 누구도 원치않아

좋은 꿈·희망, 개인에게 더 중요

꿈있으면 주변에 좋은사람 많아져

연세대 철학과 교수

<72>일하고 싶은 조직문화 만들기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0515A27 철학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국민학교 때부터 조기교육을 받아 비교적 영어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미국 대학원에서 철학 공부를 하던 시절 엄청난 스트레스에 휩싸였다. 수업이 대부분 세미나 스타일로 진행되고 프리 토크를 해 대화 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철학은커녕 영어에서 주저앉을 판이었다. 조금 내용이 이해되는 대목에서 정신 차리고 대화에 끼어들려고 하면 이미 그 내용은 지나가 버리고 만다. 영어 선생에게 물었더니 “영어로 꿈을 꿀 수 있으면 일단 수준에 오른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로 내가 꿈속에서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유창한 영어로 줄줄 읽어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깨자마자 감격의 눈물을 흘린 기억이 난다. 그날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그 꿈을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꿈을 다시 볼 수 있는 기계가 발명됐다고 한다. 뇌에 전극을 연결해 저장장치에 꿈을 기록해두고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단다. 아직은 해상도가 낮은 편이지만 이것도 금방 해결되리라. 이 장치가 더 발전하면 내 꿈만 아니라 내 앞에서 나와 대화하고 있는 상대방의 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생각도 비디오로 기록할 수 있으리라. 그 기억장치에 블루투스만 연결하면 될 테니까. 정말 무서운 세상이 실제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여러분은 상대방의 생각을 비주얼로 직접 보고 싶은가.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도 든다.


옛날 옛적 한 부부가 길을 가고 있었다. 갑자기 앞에 ‘펑’ 하고 산신령이 나타난다. “너희가 원하는 소원을 딱 하나만 들어주겠다. 무엇을 원하느냐.” 남편이 말한다. “비단 1,000필을 주십시오.” 그런데 부인이 원하는 것은 좀 달랐다. “비단 100필만 주세요.” 자, 부인은 왜 하나밖에 없는 소원을 10분의1로 줄여 말했을까. 비록 남편의 마음을 비주얼라이즈할 수 있는 첨단기술은 없었더라도 비단 1,000필이 생기면 남편은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날 것이라고 걱정한 것이다. 2,500년 전 중국 철학자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심이라는 이해에 기초한 통찰이다. 이런 것이 바로 동상이몽이다. 두 사람 사이에 생각하는 꿈의 목적에 차이가 있을 때는 삐거덕거리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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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일장춘몽이라고 했다. 우리는 과연 꿈과 현실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만약 우리의 인생이 영원히 깰 수 없는 긴 꿈이라면 그 꿈과 우리의 현실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어쩌면 깰 수 없는 꿈 자체가 바로 현실이 아닐까. 정말로 깰 수 없다면 말이다. “내가 호랑나비가 되는 꿈을 좀 전에 꾼 것인지 아니면 호랑나비가 내가 돼 있는 꿈을 지금 꾸고 있는지”라고 말한 장자의 호접몽 이야기가 기억나는가. ‘현실이 꿈인지 꿈이 현실인지’ 구분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다면 사실 세상을 살면서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그저 좋은 꿈만 꾸면 될 테니까.

당신은 어떤 조직에서 일하기를 원하는가. 누구든지 좋은 조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다시 묻는다. 어떤 조직이 좋은 조직인가. 좋은 비전을 가진 조직이 좋은 조직이다. 비전은 조직에 이렇게도 중요하다. 비전 없는 조직에 누가 몸담고 싶어 하겠는가. 그런데 사람들은 비전은 조직에만 중요하고 개인에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조직보다 개인에게 더 중요한 것이 비전이다.

가끔 인생을 살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궁금할 때가 있는가. 이 질문을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던졌더니 한 최고경영자(CEO)가 아주 슬픈 이야기를 했다. “사람은 겪어보기 전에는 모르겠더라고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말했더니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저는 제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 좋은 아이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돈을 한번 빌려봐주면 알 수 있습니다”라고 답한다. 돈 빌려주면 ‘돈 잃고 친구 잃는다’는 말을 모르는 게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는 것이다. “나는 좋은 뜻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가.” 이 질문에 긍정적 답변이 나오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도 좋은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좋은 뜻’을 두 자로 줄이면 ‘비전’이 된다. 비전을 한 자로 줄이면 ‘꿈’이 된다. 기왕이면 좋은 꿈을 같이 꾸면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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