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이슈가 미국에서 등장한 데는 여러 가설이 존재할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협상용 카드로 흘린 것일 가능성이 있고 주한미군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중국을 평화협정에 끌어들이기 위해 당근을 던진 것일 수도 있다.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압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유야 어찌됐든 우리에게는 주한미군 문제가 자꾸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2만8,000여 미군은 한미동맹의 중심축이며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이런 주한미군의 규모를 줄이거나 철수하는 것은 한미동맹의 약화를 가져오고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할 뿐이다. 문정인 대통령 특보의 주한미군 관련 기고가 논란이 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만에 하나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지난주 발언처럼 미국이 한국을 제쳐 두고 북한과 주한미군 직거래에 나선다면 우리로서는 최악이다. 악몽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한미동맹을 흔드는 악재의 출현을 사전에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것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나아가 미국의 안보에도 이익이라는 것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더불어 조율이 안 된 발언이나 설익은 정책으로 우리 스스로 발등을 찍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