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스포츠

졌지만 뜨거웠던 핑퐁 '원 코리아'

세계탁구선수권 깜짝 단일팀

결승 문턱서 일본에 0대3 무릎

북 김송이, 세계 3위 이시가와와

대등한 경기에 외국 관중도 응원

4일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남북 단일팀 감독, 선수들이 득점에 환호하고 있다. /할름스타드=로이터연합뉴스4일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남북 단일팀 감독, 선수들이 득점에 환호하고 있다. /할름스타드=로이터연합뉴스



유니폼만 달랐을 뿐 그들은 누가 봐도 ‘원팀’이었다. 동료의 득점에 함께 박수를 치며 웃고 실수에는 “괜찮아”라고 같이 외쳤다.

27년 만에, 그것도 대회 도중에 극적으로 단일팀을 이룬 남북 여자탁구가 한뜻으로 일본에 맞서며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단일팀 ‘KOREA(코리아)’는 4일(한국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의 세계탁구선수권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게임 스코어 0대3으로 졌다. 탁구 단체전은 단식 5경기 중 3경기를 먼저 따내는 쪽이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안재형 한국 여자팀 감독과 김진명 북한 감독은 상의를 통해 전지희(포스코에너지)와 양하은(대한항공), 북한의 김송이를 내세웠다. 한국 5명, 북한 4명이 함께 벤치에 앉았고 규정상 이 중 3명만 경기에 나섰다.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에서 단일팀을 꾸려 거함 중국을 넘고 금메달을 따냈던 코리아는 갑자기 뭉치게 된 이번에는 한 경기를 끝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의미 있는 단합을 경험했다.


남북 탁구는 6월 평양오픈에 한국이, 7월 코리아오픈에 북한이 참가하고 아시안게임에 단일팀으로 나서는 방안을 적극 논의 중이다. 8월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다시 만날 수도 있다.

관련기사



일본은 중국과 함께 2강을 이루는 여자탁구 강호다. 세계랭킹 2위. 한국은 5위, 북한은 22위다. 단일팀은 1단식에서 중국 출신의 귀화선수 전지희가 이토 미마에게 0대3으로 졌고 2단식에서 김송이가 이시가와 가스미에게 2대3으로 졌다. 3단식에서도 양하은이 히라노 미우에 1대3으로 패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북한의 김송이와 세계 3위인 에이스 이시가와의 대결이었다. 김송이는 대회 참가 수가 적어 랭킹은 49위지만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단식에서 동메달을 딴 다크호스다. 당시 32강에서 이시가와에게 4대3으로 역전승을 거둔 경험도 있다. 1세트를 4대11로 내준 김송이가 2세트를 11대6으로 잡으며 힘을 내자 단일팀 벤치는 물론 관중석도 술렁였다. 외국 관중도 일어서서 환호하며 코리아를 응원했다.

김송이는 3세트에 8대11로 졌으나 4세트를 듀스 끝에 13대11로 따내 다시 균형을 맞췄다. 김송이는 끈질긴 수비와 적재적소에 공격을 꽂아넣는 절묘한 강약조절을 앞세워 이시가와를 당황하게 했다. 마지막 5세트에 14대16으로 져 게임을 내주기는 했지만 김송이는 톱랭커를 몰아붙이는 정상급 경기력과 승부근성으로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이번 단일팀은 8강 남북 대결을 앞두고 토마스 바이케르트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의 제안에 극적으로 이뤄졌다. 제안 이후 남북 선수단이 정부 문의를 거쳐 이를 수용했고 대회에 참가한 다른 국가들도 남북의 단일팀 구성에 동의했다. 세계선수권 단체전은 3·4위전이 없기 때문에 단일팀은 이미 동메달을 확보하고 일본전에 나섰다. 시상식에서는 태극기와 인공기가 공동 게양된다.


양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