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규정까지 고쳐가며 샤오미 상장 유치한 홍콩

홍콩 증시가 ‘샤오미 열풍’으로 들썩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가 홍콩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상장 잭팟이 터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샤오미는 이번 IPO로 100억달러(약 11조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2014년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 이후 역대 최대 규모여서 세계 금융사들과 투자자들이 흥분에 휩싸일 만하다.


주목할 것은 샤오미가 세계 각국 거래소들의 열띤 구애를 뿌리치고 홍콩을 선택한 배경이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샤오미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달 말 차등의결권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차등의결권이란 주당 1개의 의결권이 아니라 특정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홍콩거래소는 과거 차등의결권을 거부하는 바람에 뉴욕증시에 알리바바를 빼앗겼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30년 만에 상장규정까지 바꾸는 정성을 들인 끝에 샤오미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IPO 대어를 놓치지 않겠다며 기업의 요구대로 수십 년간 유지해오던 상장제도까지 과감하게 포기하는 결단을 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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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기업들이 자유롭게 상장되고 창업자의 가치가 인정받는 모습은 우리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한국은 복잡한 상장규정과 오락가락 행정 탓에 유망기업들의 외면을 받은 지 오래다.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만 해도 느닷없는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여 상장 폐지까지 거론되는 판국이다. 원래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던 회사를 거래소와 금융당국의 간곡한 권유로 방향을 바꿨더니 돌연 범죄자로 몰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적법하다고 승인하고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중징계를 하겠다고 덤벼드니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게 마련이다.

세계 각국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상장 요건과 공시규정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펼치고 있다. 그래야 벤처시장에 대박 신화가 탄생하고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남들이 앞다퉈 도입하는 최소한의 경영권 보호장치마저 한사코 거부한다면 한국 증시의 미래는 물론 기업들의 과감한 혁신 투자도 더 이상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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