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대한항공 직원이지 노예가 아닙니다. 조양호 회장 일가가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습니다.”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이 켜졌다.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 이후 1년여 만이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로 구성된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광화문 광장의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조양호 일가와 경영진 퇴진, 갑질스톱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날에는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과 시민 등 500여명이 모였다. 사회는 ‘땅콩회항’ 사건으로 알려진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맡았다. 박 사무장은 “2014년 땅콩회항 이후 마음에 큰 짐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촛불집회 현장에는 기장·승무원·정비사 등 직원 300여명과 일부 시민들이 저항을 상징하는 ‘벤데타 가면’과 모자·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참여했다. 직원 일부는 소속을 증명하기 위해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현직 기장이라고 밝힌 한 30대 남성은 “직원들이 인간적인 대접을 받는 그날을 위해 함께하고 있다”며 “가면을 벗고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현장에 나오겠다”고 말했다.
직원연대는 조 회장 일가가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퇴진할 때까지 촛불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대한항공 갑질 비리를 제보하는 익명 채팅방에는 4,000여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경찰의 조현민 전 전무에 대한 ‘물벼락 갑질’ 수사는 검찰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이날 서울 남부지검은 앞서 강서경찰서가 조 전 전무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폭행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폭행 혐의 적용이 안 되고 업무방해 혐의 역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 전 전무는 일단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됐다. /최성욱·오지현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