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스신염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환자의 87%가 말기신부전 또는 사망에 이르는 난치병입니다. 하루에 2번 약을 먹어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해 2020년에 판매하는 게 목표입니다.”
세계 최초로 루프스신염 치료제 ‘보클로스포린’을 개발해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캐나다 제약사 ‘오리니아’의 리차드 글리크만(사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이같은 신약 개발 계획을 밝혔다.
일진그룹 계열사인 일진에스앤티가 최대 주주인 오리니아는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일진그룹은 지난 1990년 뼈 성장 촉진제를 개발하는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 이텍스를 인수한 후 매각하는 등 바이오·제약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오리니아가 집중하고 있는 루프스신염은 자가면역 희귀질환인 루프스의 일종이다. 루프스는 자가항체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돼 신장·중추신경계·심장·관절·피부 등 자기 인체를 공격해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이 중 신장을 공격해 발현되는 게 루프스신염이다. 전 세계 루프스 환자 500만명 중 60%가 루프스신염을 앓을 정도로 전이율이 높다.
글리크만 대표는 “현재 루프스신염에 대한 치료제가 없어 루프스 치료법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국적 제약사인 BMS에서 치료약을 개발했지만 한 달 전 임상 3상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오리니아에서 개발 중인 보클로스포린은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칼시뉴린억제제(CNI)로 기존 루프스 치료법과 함께 사용할 경우 임상 환자 중 70%에서 증상의 절반 이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가진다. 이 가운데 49%는 48주간 임상 2상을 진행하면서 완치되는 결과를 기록했다.
글리크만 대표는 “기존 치료법으로는 정상 수치로 회복하는 환자가 10명 중 1명에 그쳤고 스테로이드 때문에 백내장과 고관절 질환 등 부작용이 있었다”면서 “기존 프푸스 치료법보다 보클로스포린과 병행하는 치료법이 더 적은 스테로이드로 높은 치료 효과를 내는 게 특징”이라고 언급했다.
루프스 질환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규명된 게 없다. 오리니아에서는 여러 개의 질병이 합쳐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신약 개발과 함께 환자들의 혈액 샘플을 바탕으로 유전자를 분석해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환자가 보클로스포린을 복용하면서 건강하게 임신해 출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할 예정이다. 기존 루프스 치료법의 경우 환자가 임신 중 약을 복용할 경우 기형아 출산이 높아 임신 시 복용을 중단해야 했다.
오리니아는 미국·유럽·한국·필리핀·일본 등 전 세계 200여개 병원에서 환자를 모집해 내년까지 보클로스포린의 임상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글리크만 대표는 “질병의 특성상 ‘증상 발현-유지-치유’를 반복하는 사이클을 갖고 있어 병을 완치해도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면서 “기존 치료법보다 치료율이 높고 부작용이 적은 이 치료법이 성공해 2만명가량 되는 한국 내 루프스신염 환자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