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金, 中에 후원자 역할 기대" 北 '비핵화 4자구도' 노리나

북미회담 협상력 강화 필요한 北

'차이나 패싱' 허용치 않으려는 中

이해 맞물려 북-중 관계 급물살

북미회담 앞두고 전용기 이용

"항공기 안전 등 테스트" 분석도





0925A06 속도 내는 북중 밀착 행보0925A06 속도 내는 북중 밀착 행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를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차 회담에 나서면서 한반도 비핵화 협상 국면에 급변 조짐이 일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 줄다리기 과정에서 최대한 이득을 취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북한과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시진핑 중국 지도부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북중 관계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흘러나온 김 위원장의 2차 방중은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 등 주변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에도 미묘한 기류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졌다.

2012년 집권 이후 국제무대에 전혀 나서지 않았던 김 위원장이 한 달 보름 사이에 중국을 두 차례나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를 모두 폐기하라고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을 향한 보여주기식 이벤트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3월 말 베이징 방문에도 불구하고 북중 관계에 여전히 틈이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40여일 만에 또다시 중국을 방문하면서 이는 적어도 한반도 이슈 측면에서 북한과 중국이 적극적인 공조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공통이해를 확인시켜준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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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중국의 참여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중국의 입지를 넓혀주고 향후 북미 협상에서 궁지에 몰리거나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때 중국을 지원군으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협상을 앞두고 김 위원장은 이번 2차 방중을 통해 남북미라는 3자 논의 대신 중국이라는 보험용 카드를 하나 넣어둔 4자 논의에 무게를 실으면서 미국이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중국을 바람막이 삼아 피해나가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중국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북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데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또 한 차례의 회동을 통해 북한과의 밀월을 다시 한 번 공개적으로 과시하며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나와 김 위원장이 첫 회담 때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 중요한 공동 인식에 도달했다”면서 “최근 김 위원장이 한반도 대화와 정세 완화 방면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해서 성과를 거뒀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외교가 일각에서 제기됐던 차이나 패싱을 불식시키고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최대한 유지하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전문가는 “시 주석이 이번 회동에서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를 확인하는 순간까지 절대 대북제재를 풀 생각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제재의 숨통을 터줄 수 있는 유일한 출구는 중국이라는 점을 재강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10여일 만에 이뤄진 이번 김 위원장의 다롄 방문이 중국 소외론 우려를 재차 불식시키고 한반도 논의 중심의 균형추를 자국으로 다시 돌리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을 앞두고 미국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지나친 낙관론은 피해야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만큼 김정은-시진핑 2차 회동을 계기로 향후 북미 협상 일정과 의제 등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며 확실한 우군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열릴 북미 회담을 앞두고 북한 1호 항공기의 안전과 경호·의전 등을 시험하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첫 해외 방문인 3월 방중 때는 전용열차를 이용했다. 그동안 외신에서는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장거리 이동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행은 불가능하다는 관측 보도를 내기도 했다./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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