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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 도입하는 국민연금...'헤지펀드 견제 장치' 만드나

장기 수익률 추구하는 국민연금

단기투자 엘리엇 등과 성격 달라

내부 지침 적용땐 헤지펀드 도와줘

위탁 운용자산엔 도입 않는 방안 등

의결권행사 재량권 확대 대책 논의




국민연금 내부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더라도 엘리엇 등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주주권을 다르게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장기 투자자로 국내 주식 투자가 많은 국민연금이 해외 단기 투자자인 엘리엇과 같은 입장을 취하면 오히려 수익률에 타격이 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최종안을 검토 중인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이번주 스튜어드십 연착륙 도입 방안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8일 복수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이 단기 차익을 올리는 데 급급한 해외 헤지펀드의 주주제안을 견제하는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문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를 먼저 도입한 영국 사례를 그대로 채택하면서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국민연금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소수 지분을 가진 해외 투자자가 손잡고 국내 기업에 과도하게 제안하고 이를 압박하면 다수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그대로 피해를 볼 수 있어 이를 막는 제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결권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이 위탁 운용한 자산에는 스튜어드십을 도입하지 않는 방안, 스튜어드십 코드를 마련한 한국지배구조원은 의결권 자문사업을 금지하고 나머지 의결권 자문사는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는 내용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는 법률이 아니라 기관투자가가 맺는 자율규범인 만큼 강제 장치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 기준이 되는 지침에 얽매이지 않도록 재량권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예컨대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하자는 제안에 대해 현재 국민연금 의결권 지침에서 찬성하도록 돼 있다. 원칙적으로 이 같은 주장은 주주권 확대를 통한 수익률 확대와 통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제일모직 사태를 겪으면서 의결권 지침과 달리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 의결권전문위는 물론 국민연금 내부도 지침에 교과서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보신주의가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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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엘리엇 등 헤지펀드와 성격 자체가 다른 만큼 주주권 행사에도 국민연금의 성격에 맞는 기준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엘리엇은 단기 시장 수익률 이상을 노리는 행동주의 액티브 펀드인 데 반해 국민연금은 장기간 시장 수익률을 따르는 패시브 펀드에 가깝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전 세계 주요 연기금 가운데 가장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기관투자가다. 이런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과서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맞춰 강화된 의결권 지침만 좇아 똑같이 투표하면 국민연금이 엘리엇의 단기 차익실현을 돕고 이후에 나타나는 부작용은 모두 국민연금이 떠안아야 하는 결과가 올 수 있다.

해외의 일부 연기금이나 대형 자산운용사는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와 투자 철학이 맞지 않는다며 투자를 금지하거나 반대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CalPERS)은 2014년 4조원이 넘는 헤지펀드 투자를 회수했고 영국 런던연금관리공단 투자도 손을 뗐다. 수수료가 높은 반면 운용이 불투명하고 장기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의 다수 연구에서는 헤지펀드가 공격적인 주주권을 행사한 경우 단기 수익률은 올랐지만 장기 수익률에도 긍정적이라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연기금 등 장기 수익률을 추구하는 기관투자가가 기업과의 대화 등 비교적 온건한 주주권을 발휘할 경우 장기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있다. 미국에서도 헤지펀드나 ‘큰손’ 개인투자자는 주주제안이나 주주대표소송 등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고 연기금 등은 주주제안을 하더라도 비공개 대화 후 철회하는 등 전략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위원은 “뱅가드나 블랙록 등 패시브 투자를 주로 하는 해외 대형 펀드들은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배당 확대 빛 경영전략 개입에 대해 반대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국민연금도 큰 틀의 의결권 지침에 얽매이기보다 장기 투자자로서 중심을 잡고 개별 사안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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