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우리 전기·전자제품의 경합도와 대중 수입규제 현황 파악 등을 통해 위험제품군을 미리 추리고 민간기업 중심으로 협의체를 꾸려 발 빠르게 미국 수입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최근 ‘미국 전기·전자 제품 수입규제 강화 관련 대응방안’ 용역을 발주했다.
산업부가 조기대응체계 마련에 나선 것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세이프가드 등 미국 수입규제 확대로 국내 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기 때문이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에 따르면 지난 2월 7일 미국이 발동한 세탁기 세이프가드로 인한 우리 기업의 5년간 수출 손실액은 3억9,700만달러로 추정된다. 태양광 모듈·전지의 경우 피해 예상 규모는 17억1,000만달러였다.
미국은 수입산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20%의 저율관세할당(TRQ) 기준을 120만대로 하고 TRQ 초과물량에 대해 첫해 50%, 2년차 45%, 3년차 40% 관세를 물리고 있다. 태양광 전지는 2.5GW 기준을 초과하면 1년차 30%, 2년차 25%, 3년차 20%, 4년차 15%의 관세가 적용된다.
쿼터 적용이 확정된 철강제품의 피해는 더 크다. 최 교수는 미국이 모든 철강 제품에 수입량 제한을 2017년 기준 63% 수준으로 할 경우 77억6,000만달러의 수출 손실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2015~2017년 평균 대비 70%(2017년 대비 74%)의 쿼터를 따낸 바 있다.
미국이 반도체에 세이프가드 등을 발동할 경우 수출 손실액은 3억3,000만달러, 자동차 부품은 19억7,000만달러로 추산됐다.
산업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의 수입규제에 정량 분석으로 대응 하긴 어렵다. 실제 피해를 본 미국 기업이 얼마나 목소리를 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민간기업 중심 협의체가 꾸려지면 이 같은 미국 시장의 동향 파악을 통해 업계 스스로가 사전에 물량을 조절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미중간 분쟁이 격화할 수 있는 만큼 조기대응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전기·전자 제품 뿐만 아니라 미국이 중국의 ‘제조 2025’를 겨냥하고 있는 만큼 지식재산권 분야에 대한 대응 체계 마련도 시급하다”며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현실 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