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청와대 조찬 요거트'로 입소문 윤용진 밀키요 대표 "정치리스크 큰 삼청동서 '요거트 사랑'으로 버텼죠"

"상권 자리잡히니 '최순실 게이트'

시위에 검문 강화되고 손님 끊겨

정권교체 후에도 사드 한파 맞아

대기업 점포로 가득한 곳 됐지만

유년기 어머니가 해주신 것처럼

건강한 제품 만들어 팔고 싶어"

윤용진 밀키요 대표가 서울 삼청동 밀키요 매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심우일기자윤용진 밀키요 대표가 서울 삼청동 밀키요 매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심우일기자



“삼청동은 특성상 정치색이 굉장히 짙습니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자 대기업 매장들도 못 버티고 나갔죠. 매장 앞 골목만 해도 경찰 트럭들이 다 막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삼청동에 오는 손님은 물론이고 영업하는 점주들까지 경찰의 검문검색을 받았습니다. 6개월은 장사를 못 했죠.”

윤용진(47·사진) 밀키요 대표의 창업사(史)는 청와대 옆 삼청동의 ‘정치사’다. 지난 2015년 삼청동에 개점한 밀키요는 청와대 조찬에 요거트를 배달하는 업체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해졌다. 그러나 국정농단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같은 삼청동 상권의 ‘정치 리스크’도 해마다 겪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창업 초기부터 경험했다. 윤 대표는 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창업 과정에서 겪은 난맥상을 요거트에 대한 애정으로 극복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창업한 지 채 3년이 지나지 않아 박근혜·문재인 청와대의 차이를 실감했다. 배달 절차가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권 때는 요거트를 배달하기 위해 청와대 영풍관에 있는 검색대를 거쳐야 했다. 두 번의 검사를 거쳐야 무사히 요거트가 청와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윤 대표는 “청와대에 요거트를 들여오는 데만 30~40분은 걸렸다”고 회상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는 춘추관이나 영풍관 매점에 갖다놓으면 배달이 끝난다.


청와대 옆에 붙어 있다는 점 때문에 정치 파동은 매출로 직결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파동은 윤 대표의 첫 위기였다. 그나마 상권이 안정되고 나서는 최순실 게이트가 찾아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청와대 개방으로 손님이 많이 찾아올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사드 문제가 터지면서 삼청동에 찾아오는 손님은 다시 줄었다. 이 중 최순실 게이트는 가장 큰 보릿고개였다. 청와대로의 배달이 끊기고 경찰의 검문이 심해지면서 삼청동으로 찾아오는 손님도 줄었다. 윤 대표는 “당시 청와대가 국정농단 사태로 워낙 정신이 없다 보니 회의가 없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관련기사



한편 어렸을 때부터 삼청동 길을 자주 다닌 윤 대표에게 젠트리피케이션은 슬픈 풍경이었다. 윤 대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삼청동에는 예쁜 공방과 작은 카페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스타벅스, 커피빈, 대기업 화장품가게, 이마트24 등이 즐비하다”며 “삼청동도 가로수길처럼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윤 대표는 “여기 있던 점주들도 서촌이나 익선동 쪽으로 많이 빠졌다”며 “젊은 사람들도 그쪽으로 많이 이동했다”고 전했다.

대기업이 영향을 끼쳤던 것은 골목상권뿐만이 아니었다. 한번은 한 프랜차이즈가 윤 대표에게 주문자위탁생산(OEM) 제품을 생산하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밀키요가 자체 생산한 요거트를 자기들의 프랜차이즈 상표를 달고 팔자는 것이었다. 윤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상품을 OEM으로 팔 수는 없었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가 어려움 속에서도 요거트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윤 대표 본인이 요거트를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윤 대표는 “어렸을 적 장이 안 좋았는데 그때마다 어머니가 요거트를 만들어주신 덕분에 몸이 좋아졌다”며 “내가 실제로 건강 효과를 본 제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팔면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했다”고 말했다.


심우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