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연극연출가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검찰의 공소 사실여부를 법리적으로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제 성기안마와 신체 접촉행위 관련 피해자의 진술 일부에 대해 동의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가 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윤택 전 감독의 변호인은 “이 감독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내용을 모두 인정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재판에서 사실 여부를 가리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이 전 감독의 혐의는 크게 2가지다. 여성 단원들에게 강제로 안마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이 전 감독의 성기를 만지게 했다는 점과 연기지도를 이유로 단원의 음부에 손을 넣어 추행했다는 점이다.
이 전 감독의 변호인은 “오랜 합숙훈련으로 피곤한 상태라 안마를 시킨 것은 맞지만 단원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기 쪽으로 갑자기 손을 끌어당겼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피해자의 진술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 공소사실 역시 보는 관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음부상부에 손을 대고 발성을 지도하는 것은 연극 열정이 강한 이 전 감독이 꾸준히 행해온 연기지도방법”이라며 “다수의 연희단거리패 단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연극배우가 마이크없이 발성을 하려면 단전에 힘을 넣어야하기 때문에 음부상부에 힘을 주도록 도왔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전 감독 측은 1991년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의 성추행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났으므로 판단의 자료로 채택해선 안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과거 사건은 이 전 감독의 상습적인 성추행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이 전 감독은 변호인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변호인의 주장에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으며 공소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이 전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로 배우 선정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여성 배우 8명을 23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피해 여성들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이어지면서 사건이 드러났다.